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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중도금받고 다른사람에게 땅 팔아"…대법 "배임죄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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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팔기로 해놓고 돈받은뒤 제3자와 계약

2심 "가등기했으니 신임관계 아냐"…무죄

대법 "중도금 지급됐으면 신임관계 맞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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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고 중도금을 받은 상태에서 제3자와 매매계약을 맺는 것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가등기를 해줬다고 해도 중도급 등이 지급된 이상 처음 계약을 맺은 당사자들은 서로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관계라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A(84)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9월 자신이 소유하던 땅을 B사에 양도하면서 4억원의 대금을 지급받으면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준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A씨는 B사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 등 명목으로 8억여원을 받았으나, 제3자와 계약을 맺고 땅을 팔아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대리인이 작성한 계약서에 '건축 허가가 취소될 경우 매매계약은 무효'라는 특기사항이 있어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건축 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이 기각되자 B사와의 계약이 무효가 됐다고 생각하고 제3자와 새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1심은 "대리인은 A씨가 이중매매 계약을 벌일까봐 계약서에 무효로 된다는 내용을 넣고 특기사항을 변조했다"라며 "대리인이 A씨에게 계약서를 교부하면서 '변조된 것이니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건축 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이 기각됐음을 알릴 의무가 있었는데도 위반했다"면서 "B사가 매매대금 명목의 돈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2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2심은 A씨가 B사에 가등기를 해줬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해주는 신임관계가 아니라고 봤다.

2심은 "신임관계에 있는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라며 "그런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러나 A씨는 B사 명의로 가등기를 마쳐 이중매매에도 불구하고 B사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는 수단은 마련해줬다"라며 "이중매매를 방지할 수단이 있다면 신임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서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 이익을 보호하는 신임관계에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는 가등기를 해줬다고 해도 B사로부터 계약금 등을 지급받은 이상 재산 보전에 협력해야 할 신임관계에 있다"며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것은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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