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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25개 국적 학생들 이태원초교 등굣길…"급식이 제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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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학년 100여명 등교…거리두기 하면서도 재잘재잘

학부모 불안·교사 초긴장…학생 10% "급식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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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이태원초등학교 후문에서 초등학생이 거리두기를 하면서 등교하고 하고 있다. © 뉴스1/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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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친구 멀어지면 갈거예요. 조금만 기다렸다 갈게요. 자, 출발!"

3일 오전 8시40분, 서울 용산구 서울이태원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등교개학이 시작됐다. 지난주부터 등교개학한 1학년 아이들까지 포함해 100여명이 이날 아침 등굣길에 올랐다.

평소였으면 후문을 통해 곧바로 교실에 들어갔을 테지만 지금은 구불구불 줄을 서고, 돌아돌아 정문 현관을 통과해야만 교내로 입장할 수 있다.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한 정문에서는 교사들이 발열 체크를 했다. 교실 안에서도 담임 교사들이 한 번 더 발열 체크를 한다.

한 교사는 "아이들은 바로 교실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돌아가라고 하니까 이해를 못해서 어리둥절해 한다"고 전했다. 줄을 설 때도 '거리두기'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멀리서 재잘재잘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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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이태원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발열체크 중이다. © 뉴스1/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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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가명·7)~~ 마스크 없어요? 마스크 안 가지고 왔어요?"

1학년 리사는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열화상 카메라 앞에 섰다. 교사들의 질문에 리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기만 했다.

한 교사가 마스크를 꺼내 리사의 조막만 한 얼굴에 꼼꼼히 밀착해 착용시키며 "옳지, 옳지"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끼고 나서야 리사는 교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 가장 먼저 등교한 학생은 3학년 페이트(가명·9)였다. 올해 들어 처음 등교한 페이트는 "지각할까봐 잠을 못 자서 5시에 일어났어요"라고 말했다. 페이트는 나이지리아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다.

무엇이 가장 기대되냐는 질문에 페이트는 "급식! 오늘은 수요일이니까 (급식이) 맛있을 것 같아요"라고 외쳤다.

또 페이트는 "과학을 제일 좋아하는데 온라인으로는 재미가 없었어요"라며 "등교하면 실험도 하고 재밌는 거 많이 한다고 해서 기대돼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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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이태원초등학교 정문에서 아이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등교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뉴스1/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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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삼삼오오 교문 근처에 서서 아이가 교내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봤다. 얼마 전까지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던 이태원 한가운데 있는 학교인 데다 오늘 등교하는 아이들은 모두 저학년이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우려가 컸다.

김순자씨(가명·69)는 "물통 잘 잠궈야 해!"라며 멀리 줄 선 손자를 채근했다. 학교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물과 수저는 학교 공용품을 쓰기보다는 개인이 준비해 올 것을 안내했다.

김씨는 "아이가 집에만 있으면 너무 답답해해서 등교시키기로 했다"며 "(이태원의 유흥시설 밀집지인) 보광동은 위험하지만 여기(이태원2동)는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3학년 아들을 등교시킨 이예진씨(가명·48)는 "늦둥이라 걱정이 더 크다"며 "2학기부터 등교를 시키려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는데 급식을 안 먹이려는 정도로 하고 나머지는 학교를 믿으려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 따르면 한 반에 점심 급식을 먹지 않겠다고 한 아이는 2~3명가량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전체 학생의 10% 정도가 점심 급식을 않는 것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마스크를 벗기 때문에 급식실은 학교 내 다른 장소에 비해 감염 위험이 높다. 서울이태원초등학교는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식탁에 아크릴판을 설치해 비말감염을 예방하고 있다.

재학생들의 국적이 총 25개국에 이르는 서울이태원초등학교에는 외국인 엄마들도 먼발치에서 등교하는 아이를 보며 마음을 졸였다. 베네수엘라에서 온 A씨도 "코로나 때문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조금 걱정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했지만 방역과 아이들의 감염예방을 책임지는 교사들은 요즘 매일 '초긴장' 상태다. 김영철 서울이태원초등학교 교장은 "한 명이 (코로나19에) 걸리면 각 가정까지 수백 명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된다"고 말했다.

또 "등교개학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방역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를 묻는 등 전화를 많이 했다"며 "홈페이지에 안내 사진을 올리며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날 가장 늦게 등교한 학생은 1학년 김수진군(가명·7)이었다. 김군 역시 교사들의 안내에 따라 열화상카메라로 열을 재고 교내로 들어섰다. "공부가 제일 기대된다"는 김군은 "한 번에 두세 번 손을 씻는다"며 자신의 감염예방법을 소개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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