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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불안해서 화장실도 못 가요" 또 여자화장실 몰카…여성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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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불법 촬영 범죄, 3만9044건 발생

여성 10명 중 8명 "불법 촬영, 불안하다"

전문가 "처벌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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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지하철역 안에 설치된 불법촬영금지 안내문.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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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불안해서 공공 화장실도 못 가요.", "화장실에서 주변을 살피는 게 이젠 습관이 됐죠."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이른바 '몰카(몰래카메라)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최근 KBS 여의도 본사 연구동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기기가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용의자는 KBS 공채 출신의 개그맨으로 알려졌다.


최근 화장실, 탈의실 등에서 불법 촬영을 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이어지자 불안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 여성들은 범죄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송곳이나 글루건(실리콘 접착제) 등을 소지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새벽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자진 출석한 개그맨 A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2시께 경찰은 KBS 연구동 5동 여자화장실에 불법촬영카메라로 의심되는 물건이 있다는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용의자가 KBS 직원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KBS는 공식입장을 통해 "긴급히 경찰 측에 용의자의 직원(사원)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직원(사원)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상대방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불법 촬영 범죄는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2018년 7년간 불법 촬영 범죄는 3만9044건 발생했다.


문제는 촬영 장비가 발전하면서 수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불법 촬영 도구에는 주로 초소형 카메라나 위장 카메라 등의 영상촬영기기나 휴대전화 등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초소형 카메라의 경우, 그 크기가 작기 때문에 여성용 탈의실이나 화장실에 숨겨져 있을 경우, 이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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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 번화가 건물 내 여자화장실. 화장실 벽에 뚫린 구멍이 실리콘 접착제로 막혀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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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여성들은 불법 촬영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28)씨는 "불안해서 공공화장실은 잘 안간다. 주변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기사를 보면 구청 등에서 집중단속해도 카메라 발견이 안 된다는데, 그럼 불법촬영혐의로 잡힌 가해자들도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하루가 멀다하고 불법촬영 혐의로 붙잡힌 가해자들의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공공 화장실을 가게 되면 쓰레기통을 발로 툭툭 차고, 나사에 불법 카메라가 설치된 건 아닌지 훑어보기도 한다"면서 "여성들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이 현실에 화가 난다. 가해자 처벌 수위를 높이고 관련 대책을 더 마련해서 범죄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같이 여성 10명 중 8명이 불법촬영으로 인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와 나무여성인권상담소가 지난해 6월 서울에 사는 만 19~59세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여성의 80%가 '불법 촬영으로 일상생활에서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찍힐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한번 유포되면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확산된다는 점에서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직장인 김모(27)씨도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예방하자'는 취지의 문구가 붙어있는 것을 본 적 있다.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사회가 불법촬영 범죄를 안일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제 지인같은 경우, 작은 송곳을 구비해 화장실에 있는 나사들을 찔러본다더라. 여성들이 화장실 이용에 불안함을 느끼는 건 이제 당연해졌고, 저 또한 화장실 칸에 들어가서도 주의를 살피고 구멍들을 유심히 보는 게 습관이 됐다"고 토로했다.


여성이 느끼는 불법촬영 공포에 비해 처벌 수위는 여전히 낮다. 지난해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1심 판결 현황을 보면, 2012∼2018년 관련 혐의로 재판받은 사람은 9148명이었다.


이 가운데 재산형(벌금형)이 4천788명(52.3%)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집행유예 2천749명(30.1%), 자유형(징역·금고형) 862명(9.4%), 선고유예 417명(4.6%) 순이었다. 자유형을 받은 피고인은 10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전문가는 낮은 처벌 수위와 연관있다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포르노그래피를 보기만 했던 남성들이 이제는 본인이 원하는 포르노그래피를 만들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긴 것이라 볼 수 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을 넘어 본인이 직접 찍은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영상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처벌 수위가 낮은 것도 이러한 범죄가 증가하는 요인 중 하나"라며 "불법 촬영 범죄는 재범률이 높은 범죄 중 하나다. 재범이 일어난다는 것은 처벌이 미약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처벌을 강화하고, 원래 있던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양형기준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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