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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갈라파고스의 ‘외로운 조지’, 핀타섬땅거북이 돌아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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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장노아의 사라지는 동물들

한겨레

핀타섬땅거북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타워, 종이에 수채, 76X57c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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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타섬땅거북: 절멸 2012년

뱅크 오브 아메리카 타워: 365.8m, 뉴욕, 미국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의 고유종인 갈라파고스땅거북은 몸길이 1.4~1.8m, 무게는 최대 417kg에 달하는 거대 거북이다. 야생 수명이 평균 100년 이상이고 사육 상태에서는 170년 가까이 살기도 했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된 갈라파고스 제도는 찰스 다윈이 1835년에 방문해 진화론의 영감을 받은 곳이다. 19개의 주요 섬을 비롯해 크고 작은 많은 섬들과 암초로 이루어져 있다. 60㎢ 면적의 핀타 섬에는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아종 핀타섬땅거북이 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거북, 외로운 조지가 그 섬에 살던 핀타섬땅거북이다.

핀타섬땅거북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시기는 1877년이다. 포경선과 각종 어선이 식용을 목적으로 갈라파고스 제도의 거북을 대량으로 남획했다. 6개월 이상 먹이와 물을 주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한 거북은 선원들에게 유용한 식량원이었다.

그로 인해 여러 섬에 흩어져 살던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아종들이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했다. 19세기 후반 핀타섬땅거북도 자취를 감췄고 20세기 초반에는 절멸한 것으로 여겨졌다. 1971년 핀타 섬에서 달팽이 연구를 하던 헝가리 출신의 연체 동물학자 요제프 바그뵐지가 한 마리의 핀타섬땅거북을 발견했다. 이듬해 거북은 산타크루즈 섬으로 옮겨졌고 찰스다윈연구소 내 보호소에 정착했다.

한겨레

핀타섬땅거북, 종이에 연필, 2015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핀타섬땅거북의 출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미국의 한 미디어가 외로운 조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자들이 핀타섬땅거북을 번식시키려고 암컷을 찾기 위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지만 허사였다.

대신 형태나 유전적으로 유사한 다른 아종 암컷들과 외로운 조지를 합사해 자연 번식을 시도했다. 몇 차례 낳은 알들은 단 하나도 부화되지 못했다. 외로운 조지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으나 과체중 때문에 수의사와 영양학자의 지속적인 관리를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생명체 중 하나이자 갈라파고스 제도의 상징과도 같았던 외로운 조지는 2012년 6월24일 일요일 이른 아침에 자연사 상태로 발견되었다. 추정 나이는 100살 이상이었다. 이후 예일대 진화생물학과 연구진이 1600여 마리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유전자를 분석했고, 17마리에서 부분적으로 핀타섬땅거북의 혈통을 발견했다. 이 분석 결과는 핀타섬땅거북이 어딘가에 살아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인간의 세상에 홀로 남았던 외로운 조지는 그가 처한 슬픈 상황만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기쁨과 희망을 전해 주었다. 사람들은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거북의 얼굴에서 오랜 세월 갖은 풍파를 이겨 낸 생명의 고고함을 느꼈고 무심한 표정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생의 의미와 느림의 미덕을 되새겼다.

한 생명이 100년 이상을 그토록 평화롭고 조용하게 살아왔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한 종의 생명의 역사가 끝나는 슬픈 죽음은 외로운 조지가 마지막이길 간절히 바란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외로운 조지도 그 소망을 전하고자 깊고 깊은 은신처에서 스스로 걸어 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장노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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