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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류시현의 톡톡톡] 내탓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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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첫 번째 시즌을 마쳤습니다.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된 99학번 의대 동기 5명이 한 계기로 같은 병원에 모여서 함께 지내며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과 그들의 일탈이 될 수 있는 밴드 활동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잔잔한 재미도 있었지만 전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아픈 사람들이 모두 나의 부모 같고, 가족 같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구라도 한 번쯤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일들이라 공감대가 컸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월급으로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치료가 꼭 필요한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선생님, 아픈 아기만 보면 그 아이가 회복될 때까지 수련의도 아닌데 환자 옆을 살피는 드라마 속 의사 선생님을 보면서 실제로 저런 선생님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병원에서 경험하는 의사 선생님들은 항상 너무 바쁘시니까 말입니다. 특히 중환자실에 들어가게 되면 보호자 면회도 하루 두 번 제한되니 궁금한 건 많은데 바쁜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는 더 어렵지요. 그런데 역지사지로 보면, 환자에겐 한 분의 선생님이지만, 한 선생님이 진료 중인 환자의 숫자는 얼마나 많겠습니까.

어쨌든 히포크라테스 정신은 현실에서도 살아있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 가장 애쓰고 희생정신을 발휘한 분들이 국내 의료진 분들이라죠. 초반 대구지역에 의료진의 손길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많은 분이 자원해서 달려가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전염될까 모두 피하는 상황에 용감하게 불길로 뛰어들어 책임을 다한 의료진분들. 그래서 그 감사한 의료진 분들을 향한 ‘덕분에’ 챌린지가 펼쳐지고 있단 소식 들립니다. ‘우리가 코로나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당신들 덕분입니다‘라는 것이죠. 이 챌린지를 보면서 1990년에 시작되었던 ‘내탓이오’ 운동이 떠오르더군요. 그 당시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남의 잘못만 비난하는 사회분위기를 앞장서서 반성하자는 취지의 운동이었다는데요. 모든 사람이 이렇게 잘못은 내가 한 것이고 잘한 공은 남의 덕분으로 생각한다면 싸울 일이 무엇일까. 화합의 길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말 중 하나가 ‘내로남불’인데요. ‘내로남불’식의 사고방식은 이제 그만하고 ‘덕분에’ 챌린지와 함께 ‘내탓이오’ 운동을 소환해서 ‘내탓덕분’을 유행시켜보면 어떨지요.

배우 겸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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