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강제추행 혐의 오거돈 불구속한 법원…부산 민심은 ‘부글부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공무원 사회는 ‘당혹’, 경찰 수사도 큰 부담

부산시민들 출근길서 “창피해서 못살겠다”

헤럴드경제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부산)=윤정희 기자]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부산지역 여성계를 비롯해 경찰 및 공무원 사회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안은 중하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입장에 대해 가장 먼저 여성단체들이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는 법원의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고위공직자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재판부의 성 인지 감수성을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었나”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담소는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이 사안에 대해서 국민에게 던진 대답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은 비록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구속에 대한 걱정 없이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공직의 무거움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울 기회를 법원은 놓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부산여성단체협의회도 “권력형 성추행은 지독한 범죄인데 사안의 중대성이 제대로 다뤄졌는지 의문이다”며 “영장 기각은 법원의 성 인지 감수성 부족과 경찰 수사의 부실함 때문이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여성계에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정중한 사과도 받은 적도 없고 너무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지역 공무원 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부산시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성인지력 향상대책을 수립하는 등 시정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산시 공무원들이 또다시 충격에 휩싸여 일이 재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며 “오 전 시장의 측근 정무라인인 신진구 보좌관의 복귀에 이어 오거돈 전 부산시장까지 불구속 되면서 당혹감과 우려가 공무원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3일 오전 출근길에 나선 부산시민들도 “어이가 없다”, “창피하다”는 입장을 거침었이 드러냈다. 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45) 씨는 “부산 시민으로서 너무도 창피한 일이다”며 “오거돈 같은 중대한 범죄자를 풀어주는 법원이 앞으로 누굴 구속시킬 수 있나”고 개탄했다. 동래구에 거주하는 최모(32) 씨는 “부산시장의 역대급 성추행 범죄에 충격을 받았던 부산시민들이 또다시 법원의 판단에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면서 “차라리 부산을 떠나고 싶다”고 고개를 저었다.

법원의 불구속 결정으로 오 전 시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경찰도 향후 수사에 큰 부담을 안은 모습이다.

총선 이후로 의도적으로 사퇴시기를 조율했다는 의혹과, 사퇴 과정에서의 외부 인사 개입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가을께 발생한 또 다른 성추행 의혹에 대한 조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산 경찰은 내부 회의를 거쳐 강제추행 사건의 수사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총선 전 사건을 은폐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다른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한 보강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cgnhee@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