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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제로금리에 돈 안맡긴다…예금 이탈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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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정기예금 반년새 27조 줄어들어 기준금리 인하로 금리경쟁력 약화 탓

'제로 금리'에 국내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반년 새 27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단행으로 은행권에서 수신금리 인하 움직임이 시작됨에 따라, 예금 이탈 현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43조7699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8499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3월) 대비 2조7079억원 줄어든 4월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4~5월 두달간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에서 빠져나간 돈은 8조5578억원에 이른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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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9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7조3908억원 순감소했다. 앞선 6개월간(2019년 6~11월) 43조563억원 순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5대 은행의 전월 대비 정기예금 증감액 추이를 보면, 지난해 3월(-1조9510억원) 이후 꾸준히 플러스(+)를 유지하며 10월에 13조4476억원을 기록했지만, 11월 증가폭이 축소된 데 이어 12월 들어 -25조797억원을 나타냈다. 올해는 2, 4, 5월 잔액이 전월보다 줄면서 감소세가 확연해졌다.

목돈을 굴리는 전통적인 수단인 정기예금 잔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금리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가중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연 2%대를 나타냈으나, 올해 2월 1.5%대로 낮아졌고 4월에는 역대 최저인 1.34%를 기록했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에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떨어뜨린 영향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종전 1.50%에서 1.25%로 인하한 데 이어, 올해 3월 '빅컷'(1.25→0.75%)을 단행했다.

예금 이탈 현상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추가 인하하면서 은행권 예금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이미 예금금리 인하 움직임은 본격화됐다. KB국민은행은 2일 주력 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를 0.3%포인트 내렸다. 1년 만기의 경우 종전 0.9%에서 0.6%로 낮아졌다. 3년 만기 상품에 가입하고 우대조건을 충족하는 등 이 상품에서 최고로 받을 수 있는 금리는 0.85%에 불과하다. 1년 만기 금리를 최고 1%대 초반으로 유지 중인 다른 은행들도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수시입출식예금(MMDA), 머니마켓펀드(MMF) 등 부동자금 규모는 지난 3월 말 1100조원을 넘어섰다. 수신금리마저 제로(0) 수준으로 낮아지고 부동자금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가 최근 2000선 고지를 회복한 점은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서대웅 기자 sdw618@ajunews.com

서대웅 sdw61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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