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선택했다… 삶이 바뀌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정은, LPGA 투어에 에세이 기고 "휠체어 탄 아버지에 많은 용기얻어"

'모든 삶에는 결정적 순간이 있다. 어떤 선택이든 해야만 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넓고 안전하고 쭉 뻗은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좁고 울퉁불퉁하고 끝을 알 수 없는 급커브길을 택할까.'

이정은(24)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 GA) 투어에 기고한 에세이 '많은 이가 가보지 않은 나의 길(My Road Less Traveled)'은 이렇게 시작된다. LPGA 투어는 그의 2019 US여자오픈 우승 1주년이 되는 2일, 지나온 여정을 담담히 고백한 이 글을 홈페이지 메인에 실었다.

조선일보

왼쪽부터 이정은 선수와 어머니 주은진씨, 휠체어를 탄 아버지 이정호씨. 아버지는 정은씨가 네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차를 사서 외동딸의 운전기사 역할을 했다. /이정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두 번의 '결정적 순간'을 소개했다. 17세 때 서울로 '골프 유학' 오라는 한 교습가의 제안이 첫 분기점이었다. 전남 순천의 농촌 마을에서 휠체어 장애인인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소녀는 덜컥 겁이 났다고 한다. '아버지를 떠날 수 없다는 완벽한 핑계가 있었다. 낯선 도시 생활이 두려웠고, 실력에도 자신이 없었다. 고민 끝에 서울행을 결심했다.'

고향에서 골프를 가르치면서 소박하게 살려고 골프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에 온 뒤로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우승하기 시작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 GA) 투어에 뛰어들어 이정은이란 이름을 가진 6번째 멤버가 됐다. 6승을 올리고 2017·2018년 상금왕을 차지했다.

스타로 발돋움한 그는 두 번째 갈림길에 섰다. 모든 것이 낯설지만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미국 무대에 도전할 것인가. 언어와 환전, 음식, 시차 걱정할 필요 없고 충분한 수입도 보장되는 한국에 머물 것인가. 그는 서울행을 결심했던 열일곱 살 때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때 불확실하고 평탄치 않은 길을 택하지 않았다면 나는 US여자오픈 우승도 못 했을 것이고 LPGA 투어 신인상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정은은 자신이 네 살 때 트럭을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된 아버지 얘기를 했다. '아버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삶을 밀고 나갔다. 그 선택이 그의 삶을 바꿔놓았고, 아버지를 보며 자란 내 삶도 바꿨다.'

이정은은 3개월간 원고를 통째로 외운 끝에 지난해 LPGA 투어 신인상 수락 연설을 완벽한 영어로 해내 기립박수를 받았다. '쉽지도, 순탄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길은 다 그렇더라. 이제 겨우 스물네 살이지만, 오래전에 내가 배운 교훈이다.'





[최수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