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는 상공인을 돕겠다면서 이것저것 발표하고, 한쪽에선 가게 앞에 테이블 몇 개 내놓았다고 단속하고….”
지난달 28일 오후 9시경 대전 서구 대전시청 주변 카페 골목. 업주 A 씨는 가게 앞에 테이블을 내놓고 영업하다 구청 단속에 적발됐다. 보행로를 점용했다는 이유였다.
이곳에서는 여름철 레스토랑과 치킨, 커피, 생맥주 등을 파는 10평 남짓한 가게 20여 곳이 유럽풍 카페 거리 풍경처럼 테이블을 내놓고 영업한다. 이런 영업 방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내 공간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최근 고객들에게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상인들은 명백히 불법이긴 하지만 고객들의 ‘길거리 낭만’ 요구와 당국의 단속 사이에서 늘 줄타기하듯 영업을 해왔다. 나름의 성숙한 영업 의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테이블은 보행자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설치하고 오후 11시 이후에는 말끔히 원위치로 옮긴다. 하지만 매번 어김없이 단속이 이뤄지고 상인들은 서운한 마음을 토로한다.
한 상인은 “손님들이 코로나로 실내에 들어오지 않으려 한다. 여름밤 야외에서 맥주 한잔하고픈 요구를 외면할 순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카페 주인은 “정부나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양성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을 고스란히 벌금으로 내게 생겼다”고 했다.
실제 경기 고양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 활성화 차원에서 화정동 ‘문화의 거리’를 테라스 영업 허가 시범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도 음식점의 경우 테이블을 놓고 영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차료 부담 없이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카페의 도시’ 프랑스 파리는 최근 코로나19 봉쇄 2단계 해제 조치로 레스토랑과 카페, 주점의 경우 실내 영업은 불허하되 오히려 야외 테라스만 허가해 주기로 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레스토랑과 카페는 파리의 심장과도 같다. 이들을 특별히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서구는 28일 하루에만 보행로를 점용한 식당 9곳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늘 그랬듯이 불법인 데다 민원이 제기돼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상인들의 호소와 민원 사이에서 고민이 적지 않겠지만, 당국이 야외가 실내보다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점을 고려해 여름 한철만이라도 단속을 유예하는 묘책을 고민해 볼 수는 없을까. 점심시간 전후 도로변의 주차단속 유예는 시민들의 많은 공감을 사고 있지 않은가.
이기진 대전충청취재본부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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