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사 316명 조사 - 45% "수능 12월 3일 이후로"
/조선일보 |
코로나 사태로 올해 고3은 등교 개학이 다른 해보다 79일이나 늦어졌다. 학사 일정이 밀리고 뒤엉키게 되면서 "대학 입시에서 재수생들에 비해 불리해졌다"는 불안감이 고3 교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1학기가 절반이나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라 수시와 정시 모두 불리한 처지로 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18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만난 고3 학부모들은 "재수생들은 지금 신이 내린 기회라고들 한다"며 올해 대입이 재수생들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교육부도 고3 대입 형평성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교육부는 아직까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범위를 줄이고, 쉽게 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수능 출제 범위 축소나 난이도 조절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올해 대입은 고3과 재수생 간의 형평성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2일 입시전문기업 진학사가 전국의 고3 수험생 316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이 올해 대학 입시에서 재학생이 재수생(졸업생)에 비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리함이 극복 불가능할 정도다"
설문 응답자의 96%가 '재수생보다 불리하다'고 답했다. 73%는 '재수생보다 불리하고 극복 불가능하다'고 했고, 23%는 '재수생보다 불리하지만 극복 가능하다'고 답했다. '고3이나 재수생이나 동일하다'는 응답은 4%였다. 코로나 사태로 예정보다 2주 연기된 수능 시행일(12월 3일)에 대해서는 응답 학생의 45%가 '더 연기해야 한다'고 했다. 수능 난도에 대해서는 10명 중 3명이 '특수 상황을 고려해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수시 학생부에 코로나 피해 기재 검토
오는 9월 23일부터 접수가 시작되는 수시의 경우 코로나로 개학이 늦어져 1학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내용이 많지 않은 점도 고3 수험생들에게 부담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올해 고3 학생은 학생부 관리가 예년보다 부실할 가능성이 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교과에서 재수생보다 불리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반영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많다. 이번 고3에 한해 3학년 1학기 반영 비율을 줄이면 재수생 역차별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의 대학 입학사정관 1000여 명으로 구성된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는 지난달 말 학생부에 개학일, 원격 수업 일수 등을 기재해 입학사정관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조환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고3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 재수할 경우도 부실한 학생부로 입시를 치러야 하는 만큼, 코로나 상황을 학생부에 기재해 불이익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쉬운 수능, 재학생에게 불리할 수도
입시 전문가들은 고3 수험생이 정시 수능에서도 크게 불리하다고 본다. 수업 진도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수능을 준비할 시간도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는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대입을 준비하기가 훨씬 수월한 구도"라며 "수능을 쉽게 출제한다고 재학생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쉽게 내면 중위권 재수생에게 유리하고 상위권 재학생은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며 "난이도 조정도 어렵고 수능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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