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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치매다” “노망난 것”…시민모임, 이용수 할머니 향한 악플 법적대응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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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여성 의원들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비방과 명예훼손, 인신공격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세계일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을 방문해 활동가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92) 할머니를 향한 악성댓글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시민모임)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 온라인상에서 할머니를 비방하는 댓글로 할머니 명예를 해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민모임은 이러한 범법행위로부터 할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악성 댓글 및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를 통해 할머니가 제기하신 문제의식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범법행위이고 처벌 대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시민모임은 악성 댓글과 허위사실 유포 자료를 보내 달라며 이메일을 함께 공개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달 7일과 25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공금 운용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회견 이후 일부 네티즌들은 이 할머니 관련 기사에 '치매다' '노망이 난 것이다' 등 악성댓글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이 할머니가 일본군과 영혼결혼식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이는 이 할머니가 1998년 옛 위안소가 있던 대만을 방문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젊은 일본군 장교의 위령제를 올린 것을 곡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래통합당 여성 국회의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이 할머니에 대한 반인륜적인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미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등 통합당 여성 국회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성명서를 내고 "이 할머니는 지난 7일과 25일,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정의연 전 이사장을 상대로 용기를 내어 문제 제기를 했다"고 언급했다.

여성 의원들은 "그러나 이 할머니에게 돌아온 것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인신공격성, 혐오성 표현들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가해진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비난들"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온라인상에는 '노인 폄하' 발언부터 '지역 비하 발언'까지 도를 넘은 공격으로 욕설을 하거나, 추측을 통한 비난,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인 양 언급하는 왜곡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로서 숨죽이며 살아오셨을 지난 세월과 여성인권운동가로서 용기 있게 나섰던 30여 년의 삶을 기억하며 죄송한 마음과 함께 존경의 뜻을 보낸다"며 "이 할머니의 외침은 여성과 인류 보편의 문제인 만큼, 그 누구도 이 일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여성 의원들은 "이번 사안은 정의기억연대의 회계 부정 의혹과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 개인의 비리 의혹을 밝히는 게 핵심이지, 그 동안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활동해 온 정의기억연대의 운동 성과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측의 일부 진영은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본 윤미향 전 이사장과 정의연 의혹에 대한 합리적 지적과 비판마저도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려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시각은 이 할머니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의 본질을 오히려 흐리고, 위안부 문제 해결과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 할머니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공격으로 이번 비리를 절대 감추거나 덮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에 대한 인신공격은 불행한 역사의 산증인인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모독이고, 역사에 대한 모독"이라며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비방과 명예훼손, 인신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애 비대위원은 성명서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 계기로 인권 보호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기부마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 할머니를 뵙고자 하는 부분도 정쟁으로 흐를까 염려되기 때문에 좀 더 고려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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