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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역성장·디플레 현실화…이대론 국민소득 3만弗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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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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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3%를 기록한 가운데 2분기에는 -2%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성장률 추락에 설상가상으로 디플레이션 그림자마저 덮치자 급기야 올해 말에는 3년 만에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다시 3만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35조3000억원 규모 3차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경기 반전 의욕을 보였지만 정부 재정지출로 떠받치는 한계는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재난지원금 같은 일회성 재정 퍼붓기가 아니라 원격의료 허용이나 수도권 규제혁파 같은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 '둑' 터진 민간부문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3%로 뒷걸음쳤다. 앞서 4월 말 발표한 속보치와 비교하면 0.1%포인트 올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4분기 -3.3%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단순히 역성장이 문제가 아니라 막대한 재정지출에도 민간의 성장엔진이 힘없이 꺼져가고 있다는 게 더 큰일이다. 1분기 정부 소비는 재정 투입 효과로 전기 대비 1.4% 늘었다. 이는 속보치였던 0.9%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그러나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보다 -6.5% 감소해 외환위기였던 1998년 1분기(-13.8%)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GDP에 대한 민간과 정부 성장 기여도를 보면 민간이 전기 대비 -1.6%포인트, 정부가 0.2%포인트로 집계됐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 역성장을 최대한 억눌렀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 단기 물가 침체…디플레 우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는데, 이는 공급과 수요 측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내려간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 급락"이라며 "석유류의 물가 하락 기여도는 0.82%포인트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내수가 위축되면서 수요 측 물가 하락 압력도 컸다는 점이다. 지난달 서비스물가는 0.1% 상승하는 데 그쳐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 상승률을 보였다. 지출 목적별로는 음식·숙박(0.8%)과 오락·문화(-1.6%) 등 서비스 분야 부진이 도드라졌다. 음식·숙박 상승폭은 1999년 3월(-2.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오락·문화도 2006년 9월(-3.6%)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특히 올해 1월과 4월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을 보면 미국(2.5%→0.3%) 중국(5.4%→3.3%) 일본(0.7%→0.1%) 유럽연합(EU·1.7%→0.6%) 등에 비해 우리나라(1.5%→0.1%)가 가장 부진한 상황이다.

추세적 물가 침체 현상은 GDP디플레이터 감소에서도 나타났다. GDP디플레이터는 GDP 통계에 들어가는 재화나 서비스 전반의 가격을 의미하는 지표로, GDP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국가 전반의 물가가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GDP디플레이터는 지난해 1분기 -0.6%를 시작으로 올 1분기 -0.6%까지 5분기 연속 전기 대비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1990년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하다가 GDP디플레이터가 장기간 악화되며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며 "한국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 국민소득 3만달러 붕괴되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성장률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환율마저 악화되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성장률이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6월께 원화가치가 달러당 1250~1260원대로 떨어져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환율 악화 영향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가 무너진다면 2017년 3만달러 벽을 처음 넘은 이후 3년 전 수준으로 역주행하는 것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시적인 경제 침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력 효과로 인해 중장기 성장 잠재력마저 훼손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원격의료 제도화나 수도권 규제 완화 등 파격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민근 기자 / 양연호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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