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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매경 인터뷰] `기업공개 대어` SK바이오팜 조정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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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가 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향후 신약 개발과 파이프라인 확대 등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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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혁신 신약으로 무장한 SK바이오팜이 증시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가장 큰 대어로 평가된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상장은 글로벌 빅 파마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는 "SK의 인수·합병(M&A) DNA를 활용해 상장으로 모은 자금으로 적극적인 M&A에 나서겠다"며 "욕심나는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상장이 미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었다.

▷내부에서는 한 번도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 밸류에이션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2월에 국내외 투자자들과의 미팅을 영상으로 가능한지 파악하고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홍콩과 미국 등지의 SK 지사들과 연결해서 비디오 콘퍼런스 형태로 진행했다.

―SK그룹 차원에서 비교적 안정된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혁신 신약을 하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엔 바이오 신약이 없었다. 그때 많이 하던 게 감염증치료제와 항암제 등의 연구개발 과제를 기본으로 다 하나씩 하고 있었다. 1993년부터 이 분야에 투자했던 SK는 당뇨약도 있었고, 비만치료제와 항암제도 있었다. 그중 제일 잘할 수 있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성공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로드맵을 짰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2002년 그룹 차원에서 결정하고 밀어붙였는데 대기업집단 체제가 큰 도움이 됐다. SK바이오팜을 SK(주) 자회사로 둔 이유가 당장의 수익보다 미래 성장 엔진 차원에서 장기간 투자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결단의 결과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공모가격의 범위가 너무 넓다. 너무 보수적으로 결정한 것 아닌가.

▷사실 하단은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아마도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다. 레인지가 너무 넓어서 재무팀이 처음 보고했을 때 화를 내기도 했는데 그것 역시 전문가들이 결정한 것이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5월 11일 미국에서 출시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의 시장 가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엑스코프리는 경쟁 약이 없는 새로운 약이다. 다른 약은 복용을 해도 발작은 계속 일어나지만 엑스코프리는 발작을 방지해주는 약이다. 미국의 뇌전증 치료제 시장이 35억달러 정도인데 이 중 40~50% 환자가 신약이 필요하다. 뇌전증 치료제는 미국에서 보험으로 커버해줘야 하는 약이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우리 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면 추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출시한 수면장애 치료제인 수노시의 미국 판매 상황은 어떠한가.

▷수노시는 엑스코프리에 비해서 시장이 작다. 이것은 또 삶의 질과 관련된 약이기 때문에 경기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때 현지 제약사와 손을 잡고 출시하는데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의 판매법인인 라이프사이언스가 직접 한다. 위험한 전략 아닌가.

▷첫 치료제를 뇌전증 치료제로 결정할 때부터 선택된 전략이다. 뇌전증 치료제는 타깃 의사와 환자가 정해져 있어서 120명 정도의 판매 네트워크로도 커버가 가능하다. 우리의 타깃 센터가 미국에 234개소이고 거기 소속 전문의가 1600명이다. 거기가 우리 프라임 타깃이 총 1만2000~1만3000명 정도니까 직접 판매가 가능하다고 봤다. 이렇게 네트워크를 늘려가야 더 범용 약이 나와도 확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신약 파이프라인이 8개 정도 된다고 알고 있다. 이 중 가장 기대되는 것은 무엇인가.

▷카리스바메이트라는 소아뇌전증 치료제가 있다. 소아뇌전증은 심하면 하루에도 5~10번 발작을 일으키는 희귀질환인데 우리 치료제가 FDA(미 식품의약국)의 지정으로 7년 독점 판매권을 받았다. 약값이 비싸서 유의미한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2상을 진행 중인데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혁신 신약은 임상 과정에서 실패하기도 한다.

▷지난 20년간 도전을 통해 실패에 대한 내성이 생겨 웬만해선 까딱도 안 한다. 잘 실패하고 실패를 줄여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왜 실패를 했는지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실력이다. 이 단계에서는 뭐가 잘못됐고 임상 디자인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한다. '수노시'도 사실 한 번 실패를 했다가 다시 디자인을 해서 살린 것이다. 우리 파이프라인은 실패 확률을 거의 50% 수준으로 낮췄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어디에 활용할 생각인가.

▷SK DNA를 발동시켜서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계획이다. 욕심나는 회사가 많다. M&A로 파이프라인을 늘려서 판매 아이템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딜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사실은 100% 다 안 사도 되는 거라 다양한 투자 방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펀드들하고도 계속 만나서 얘기 중이고 해외에서도 검토하고 있는 물건들이 있다. 임상 진행 중인 것들도 속도를 내고 엑스코프리 판매를 위한 활동에도 자금을 투입할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 시장 들어가는 것도 준비해야 하고 항암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야 되고. 할 일이 너무 많다.

―글로벌 롱온리펀드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10일부터 만난다. 벌써 5~6개 글로벌 펀드들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관심이 작지는 않은 것 같다. 10일부터 약 2주간 하루에 콜미팅을 10개 이상씩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상장은 20년 노력의 결과인데 20년 후에 SK바이오팜에 대해서 어떤 모습을 상상하나.

▷우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약 토양이 비옥해졌으면 좋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있지만 훨씬 큰 시장은 케미컬 드러그다. 의미 있게 한 기업이 없었기에 젊은 친구들도 관심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런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이 SK바이오팜의 가장 중요한 기여다.

SK바이오팜, 코스피200 직행 유력…일반청약물량 전체 5% 불과
23·24일 일반청약…내달 상장

매일경제

SK바이오팜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 후 곧바로 국내 시가총액 순위 50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대어급이다. 현재 SK바이오팜의 희망 공모가액 상단은 4만9000원 선인데, 이 경우 시가총액이 바로 4조원에 육박한다.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이 상장 후 두 달 내 최소 7만원대는 갈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팜이 상장 후 희망 공모가액 상단 수준으로만 주가를 유지해도 코스피200 조기 편입이 가능해진다. 코스피200 방법론에 따르면 신규 상장 종목 중 시가총액(신규 상장일로부터 15매매거래일 동안의 일평균)이 유가증권시장 전체 보통주 종목 중 상위 50위권 이내인 종목은 정기변경일 이전에도 구성 종목으로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의 코스피200 조기 편입이 가능하려면 시가총액 3조8000억원 선, 주가로는 4만8055원이 돼야 한다. 이는 SK바이오팜의 희망 공모가액 상단보다도 낮은 숫자라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200에 편입되면 패시브 자금이 더 몰려 주가가 보다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코스피200 추종 자금을 60조원 정도로 가정하고, 9월 초 코스피200에 이 주식이 들어가게 되면, 이로 인한 패시브 자금 유입은 1000억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것이 유진투자증권 측 분석이다.

SK바이오팜의 경우 유통주식 물량 자체가 적다. 이는 주가 상승에도 유리하다. SK바이오팜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 이후 지분 구조는 최대주주인 SK(주)가 75%, 우리사주조합 5%, 일반청약자 5%, 기관투자가 15% 비율로 돼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달 1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이달 17일부터 18일까지 국내와 해외에서 수요예측을 받는다. 이후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로부터 23~24일에 걸쳐 청약을 받고, 26일 납입기일이 지나 순탄하게 과정이 진행될 경우 7월 초에는 상장이 가능하다. 만약 7월 2일 상장이 된다고 가정하면 7월 22일까지 15거래일간의 평균 시가총액을 계산해 SK바이오팜이 코스피200에 편입될 조건이 될지 계산하고, 이후 9월 11일께 코스피200 조기 편입이 가능해진다.

▶▶ 조정우 대표는…

△1961년 서울 출생 △경성고, 인하대 생물학 학·석사, 미국 텍사스A&M대 생물학 박사 △1993~1996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원 △1996~2001년 금호석유화학 금호생명과학연구소 △2001년 (주)SK 입사 △2013~2017년 SK바이오팜 신약사업부문장 COO(전무) △2017년~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

[김기철 기자 / 박재영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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