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강경진압 못하면 얼간이"…트럼프의 `닉슨 전략` 성공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美 인종차별 시위 격화 ◆

매일경제

장갑차를 탄 미국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이 지난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 전격 투입돼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한인타운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사진 제공 = 독자 이민호]


"폭력 시위는 국내적 테러 행위다. 폭동과 무법행위를 끝내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오후(현지시간) 최루탄 연기로 휩싸인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군 투입까지 거론했다. 그는 앞으로 불어닥칠 강도 높은 진압을 예고하듯 최루탄과 고무탄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이어 전날 시위가 벌어진 라피엣 광장을 가로질러 3분 거리에 있는 세인트존스 교회까지 걸어가 성경을 손에 들고 사진을 찍었다. 204년 역사를 지닌 이 교회는 전날 야간 시위 도중 방화로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 평화 시위까지 강경 진압하면서 백악관 밖으로 당당히 걸어나가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7일째를 맞아 처음 내놓은 대국민 성명에서 "조지 플로이드와 유족에게 정의를 지킬 것을 약속한다"면서도 이번 전국 시위를 '국내 테러'로 못 박았다. 그는 "나는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여러분의 대통령"이라며 "지금 우리나라는 전문적인 무정부주의자, 폭도, 범죄자, 안티파(극좌 행동주의) 등에게 포획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발표된 진압 계획은 예상보다 높은 수위였다는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정부를 향해 주방위군을 동원한 강경 진압을 권고하면서 만약 거부하면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을 불러 폭력시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들과의 영상회의에서도 "(시위를) 진압하지 못하면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라며 "당신들은 얼간이(jerk)가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은 "증오와 분열의 언어는 더 큰 폭력을 불러온다"며 반발했다.

1807년 제정된 '반란진압법(Insurrection Act)'은 대통령이 폭동이나 반란 진압을 위해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는 근거법이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 이에 근거해 연방군이 투입된 바 있다.

하지만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는 CNN과 인터뷰하면서 연방군 투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소요 사태에 대해서도 강경 방침을 내놓으면서 폭력 시위 연루자에 대한 엄벌을 주문했다. 그는 "어젯밤 이 도시에서 발생한 사건은 매우 수치스럽다"면서 "(오후) 7시 통행금지가 강력히 시행될 것이며 무고한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사람은 체포되고 최대 형량으로 기소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법무부는 워싱턴DC 시위 진압을 위해 연방수사국(FBI)과 연방교도국의 폭동 진압요원까지 동원했다.

전날 대규모 야간 폭력시위가 벌어졌던 워싱턴DC에선 이날 낮에는 평화 시위가 계속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 직전에 강제 해산을 위해 최루탄이 터지고, 말을 탄 경찰들이 시위대를 향해 전진하며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워싱턴DC에는 오후 7시부터 야간 통행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하거나 평화 시위로 유도하는 대신에 강경 일변도로 나선 것은 11월 대선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기사에서 1968년 대선에서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가 허버트 험프리 민주당 후보를 누른 일화를 소개했다. 1968년은 4월에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이 발생한 해다. 8월에는 베트남전 반전 시위가 벌어진 민주당 전당대회장에 군대와 경찰이 투입돼 곤봉을 휘둘렀다. 당시 닉슨 후보는 이 같은 사회적 혼란과 급증하는 흉악범죄 상황에서 법과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다만 WP는 이번에도 이 같은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일부 백악관 참모진은 강경 일변도의 대응이 중도층 이반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공화당 유권자층을 공고히 하고 경합주의 백인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계기로 삼으려고 작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캠프의 일부 직원들이 미니애폴리스에서 체포된 시위대 석방을 위해 보석금을 기부했다는 기사를 리트윗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졸린 조 바이든'의 사람들은 심각한 급진 좌파"라며 "바이든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들이 진정한 권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급진 좌파'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