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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국제유가 반토막, 휘발유값은 찔끔…모두가 불만인 기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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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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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 땐 경운기, 올릴 땐 페라리네.”

기름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최근 중앙일보 뉴스에 독자 동의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된 기름값 하향세가 끝나자 이번에도 이 같은 소비자 불만이 터졌다. 국제유가 하락기 소비자 가격이 내릴땐 경운기 속력처럼 천천히 떨어지다가, 오를 땐 고성능 스포츠카처럼 빠르게 오른다는 불만이다. 2일 오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275원으로 최저가(1248원)였던 지난달 13일에 비해 2.2% 올랐다. 서울 평균 가격은 1373원이다.

최근까지 기름값이 내린 건 맞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휘발유값이 가장 비쌌던 때는 1월 4일(L당 1571원)이었다. 그 뒤 5월 13일엔 1248원(최저가)으로 이 기간 20.6% 내렸다.

실제 국제유가가 떨어진 만큼 기름값도 떨어졌을까. 주유소 기름값은 약 4주전 국제 시세의 영향을 받는다. 외국에서 원유를 산 뒤 운송→정제→유통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반 차량 기름통에 들어가기까지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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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치몬드의 한 정유기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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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기름 값이 가장 비쌌던 1월 4일의 휘발유를 4주 전 사온 원유로 만들었다고 가정했을 때, 당시(2019년 12월 4일) 국제유가(WTI 선물)는 배럴당 58.43달러였다. 소비자 가격이 가장 쌌던 때(5월 13일)의 4주 전 국제유가는 22.41달러로, 이 기간 61.6%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 폭만큼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 업계는 세금 영향을 지적한다. 휘발유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L당 529원 정액), 주행세(529원×26%=138원), 교육세(529원×15%=79원)가 각각 붙는다. 거기에 원가+이윤을 더한 총액에 부가가치세(10%)를 합해 소비자 가격이 되는데, 휘발유 값 L당 1250원이면 세금이 약 69.7%란 얘기다. 실제 세금을 뺀 금액을 계산해보면 이 기간(1월 4일~5월 13일) 휘발유 값은 L당 668→379원으로 43.3% 싸진다.

정유 업계는 또 국제 원유 값이 오른 최근 상황을 강조한다. 원유 값이 바닥(4월 17일)이던 때와 비교하면 국제 유가는 당시 배럴당 18.27 달러였다가, 5월 1일 19.78달러로 8.3% 올랐다. 이 가격이 4주 뒤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고 가정했을 때 시중 휘발유값은 1248→1272원으로 1.9% 상승했다. 이 기간 국제유가 상승분만큼 소비자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어떤 방식,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실제 적정 가격에 대한 판단차가 크다”며 “전국 주유소 기름 값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상황에서 정유사가 폭리를 얻기는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또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석유 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 거래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제 원유가격 변동에 따른 소비자 가격 체감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나들이 수요가 많아지는 하절기가 가까워질수록 휘발유 값이 원유 값보다 더 많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소비자 불만이 있다는 걸 알지만, 세계적으로 개방된 시장 상황과 개별 주유소의 가격 판단도 작용한다"며 "만약 소비자 가격이 통제되면 상당량의 석유 제품은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해외로 팔리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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