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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중국이 북한문제에서 한국을 도울 것이란 기대는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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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을 상대하는 외교안보 전략은 우리 민족에게 영원한 숙제라 할 만하다. 새로 나온 서적 '중국은 북한을 어떻게 다루나(지은이 지해범, 기파랑)'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을 추적했다. 중국이 어떤 셈법으로 한반도에 접근하는지 알아야 우리도 중국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지피지기' 관점에서 해방후 지금까지 북한과 중국관계를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우리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할때 중국이 우리를 돕거나 북한에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 지해범은 "북중관계의 실체를 잘 모르는 착각"이라고 단언한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운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 중심의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고 이 책은 분석한다.

이 책은 해방이후 북한과 중국이 겪어온 오랜 협력과 갈등의 역사를 하나하나 되짚었다. 특히 북한 핵무기 개발이후 중국이 보인 양면적인 태도를 주목했다. 미국과 중국 관계가 협력적일 때에는 중국이 비핵화 압박을 높이면서 북중관계가 악화됐다. 이에 비해 미·중관계가 악화될 때에는 중국이 북한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안기 위해 비핵화 압박을 완화하고 혈맹관계를 강조했다.

예를들어 2018년3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자 중국은 북한 압박정책에서 포용정책으로 돌변했다. 북·미 협상까지 진행되자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다급하게 움직였다. 시진핑 취임후 5년동안 한번도 초청하지 않았던 김정은을 미·중무역전쟁 개시직후 베이징으로 불러 첫 정상회담을 가졌고 그후 1년3개월사이 5차례나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북한을 토닥거렸다. 중국은 한미동맹 해제와 주한 미군 철수라는 점에서 북한과 전략적 이해가 일치한다. 또 그런 북한의 안정이 중국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은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핵개발이후 다른 나라들이 무역·투자를 축소할때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배를 강화해 전체적으로 보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가장 큰 상태다. 다만 중국은 자신들의 외교전략상 필요에 의해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박 강도를 조절할 뿐이다. 한국과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국이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것은 순진한 착각"이라는 것이 이 책의 분석이다. 그리고 그 순진한 착각을 바탕삼아 "중국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를 중단하라"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이 책의 저자 지해범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일자 기자로 30여년동안 활동하고 있다. 중국 난징대학에서 연수한뒤 베이징특파원을 지냈으며 2019학년도 1학기에는 '후진타오-시진핑 시기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그 논문에 오랜 중국 취재경험을 덧붙여 이 책을 썼다. 오랫동안 자료를 모으고 두루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컨텐츠가 탄탄하다. 남북한 그리고 미국·중국 관계변화를 시간순으로 전개하면서 인터뷰·관련자료 출저를 꼼꼼하게 제시했다. 참고문헌 각주가 42페이지에 이를 정도다. 기파랑에서 출판했으며 가격은 2만1000원이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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