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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기고] `신냉전` 美·中에 낀 한국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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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보이지 않는 인류공동의 적인 코로나19에 미국과 중국은 협력 아닌 대립을 선택하고 있다. 올해 초 어렵게 이루어낸 미·중 1단계 합의는 합의문에 서명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파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으로 중국이 미국에 약속한 거액의 추가구매 약속을 지키기는 쉽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19 초기 느긋해 하던 미국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중국책임론을 들고나오고, 중국은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1979년 국교정상화 이후 미·중관계는 최악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이전의 무역전쟁, 기술전쟁에서 이제 인재전쟁, 금융전쟁까지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도전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주도 세계화에 중국이 편승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거래는 미국에도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분명 중국에 더 유리한 일방적인 거래였다. 이런 일방적 거래를 감수해 온 이면에는 중국이 서구가치와 체제에 어느 정도 수렴할 것이라는 전략적 큰 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변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미국 내 분위기가 돌변했다. 중국도 중국대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초기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안보분야 중국봉쇄카드를 꺼낸 미국은 최근 경제번영네트워크(EPN)란 경제분야 반중국동맹 결성 카드를 흔들기 시작했다. 중국은 자국 소비시장 키우기, 기술 자립으로 맞서고 있다. 동시에 주변국들이 미국 쪽에 줄 서기 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하고 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안미경중의 패러다임에 안주해온 한국의 방식은 이미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이제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제대로 된 전략을 위해서는 미·중 신냉전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카드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백악관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민주당의 중국 때리기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반중정서는 금년 11월 대선을 넘어서는 미래진행형이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스쳐 지나가는 광풍이 아닌, 계속 불어닥칠 태풍임을 먼저 읽어야 한다. 중국이 기술굴기를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주력제조업은 중국과 세계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경쟁구도에 돌입했다. 이런 중국과 무역을 더 늘리고 투자를 더 늘린다는 것의 전략적 의미를 기업인들과 정책당국은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초기과정에서 보여준 중국의 투명성 부족은 중국 리스크의 치명적 단면이다.

대한민국 앞에 닥친 과제는 분명하다. 안보-기술연계가 민감한 산업에서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란 발언 뒤에 더 이상 숨을 수도 없다. 그것은 마치 코로나19 사태에 '사회적 거리 두기'만 믿고 국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중 신냉전의 돌입은 국가의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 먼저, 외교안보와 산업통상을 연결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외교부 따로, 산업통상자원부 따로 놀아서는 미·중 신냉전시대의 파고를 헤쳐가기 어렵다. 동시에 미·중 신냉전시대 한국의 전략을 선택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 '제2의 사드'라는 말로 자기실현적 예언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 흔들리는 것을 각오하되, 쓰러지지 않을 탄력성을 확보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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