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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기자24시] 할머니의 눈물, 인권위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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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첫 기자회견 이후 25일이 지났다. 이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 덕분에 지난 30년간 드러나지 않았던 정의기억연대와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민낯이 일부 공개됐다.

정의연대와 정대협은 피해자 할머니들을 내세워 많은 후원금을 모았지만 정작 할머니들보다 자기 단체의 활동과 확장에 집중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인도적 구호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도가 지나쳤다. 뜻을 달리하는 할머니들을 차별하고 배제했다는 증언도 많다. 기림비에서 이름이 빠지거나 망향의 동산에 안장되지 못한 할머니도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설립된 단체가 오히려 그들의 인권을 침해해 왔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정의연대·정대협 활동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일부 세력은 지금도 이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고 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먼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2015년 이성호 전 인권위원장은 나눔의 집을 방문해 "인권위가 모든 사회적 취약계층이 마지막까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 현병철 전 인권위원장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그랬던 인권위가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줄의 논평도 내지 못하고 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올해 들어서만 수사 대상 피의자, 장애인, 난민, 코로나19 확진자 등 다양한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춰 달라는 성명서를 수차례 발표했지만 이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에는 조용하다. 더욱이 인권위는 정의연대 설립을 허가해준 주무관청이다. 주무관청인 인권위는 정의연대 업무와 회계를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2018년 딱 한 차례 감사를 실시했고 부실 회계는 발견하지도 못했다. 당시 감사 결과에 대한 취재진과 의원실의 자료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인권위가 정의연대 활동가들의 인권만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아닐 거라고 본다. 이제 17명밖에 남지 않은 생존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에도, 그들의 처절한 목소리에도 최 위원장과 인권위가 관심과 애정을 갖길 바란다.

[사회부 = 김금이 기자 gold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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