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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아이 살해 후 자살하려 한 엄마에 실형 선고…“가장 극단적인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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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2명에 징역 4년형

“사건의 본질은 아동 살해

사회 안전망도 정비돼야”

[경향신문]

어린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가 결국 아이만 죽이고 살아남은 엄마 2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주영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ㄱ씨(42·여)와 ㄴ씨(40·여)에게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두 엄마의 양형에 매우 고민했다”면서 “그러나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에 숨겨진 잘못된 인식과 온정주의적 시각을 걷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독 우리 사회에서 이런 비극이 자주 되풀이되는 원인으로 ‘자녀의 생명권이 부모에게 종속돼 있다’는 그릇된 생각과 그에 기인한 온정적 사회적 분위기가 꼽힌다”면서 “범죄의 본질은 자신의 아이를 제 손으로 살해한 것이고,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 범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의 실태와 원인, 아동보호에 대한 당부, 국가와 사회의 책임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발생 원인을 부모의 무능력이나 나약함으로 치부할 수 없고, 이런 범행에 대한 온정주의의 기저에는 아이들을 굳건하게 지지해줄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는 불신과 자각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보호를 위한 제도와 사회적 안전망을 정비하고, 무엇이 이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하게 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ㄱ씨는 2018년 12월 당시 두 살 된 아이와 함께 있던 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귀가한 남편에 의해 발견됐지만 아이는 숨지고 말았다. 2015년 결혼한 ㄱ씨는 이듬해 아들을 낳아 평탄한 생활을 했지만 남편의 사업이 기울면서 부부 싸움이 잦아졌고, 임신 이후 생긴 우울증도 심해졌다. 사건 발생 후 ㄱ씨는 한때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가 사흘 만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자신의 범행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언어 장애를 보이는 등 인지능력도 상당히 떨어지는 후유증을 앓았다.

ㄴ씨는 지난해 8월 자폐성 발달장애가 있는 9세 딸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가 아이는 숨지고 자신은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ㄴ씨는 딸의 사회적 연령이 2~3세에 불과해 혼자 일상생활을 못하면서 양육 부담과 경제난 등으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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