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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2차 벤처 붐 조성” 명분으로 지주회사 벤처캐피털 소유 허용…금산분리 허물어 대기업에 빗장 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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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공정거래위, 반대 입장 전달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

“경영권 승계 지렛대” 우려

정부가 일반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보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위축된 투자 심리를 북돋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CVC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금융업종인 만큼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제2차 벤처 붐 조성을 위해 일반 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하는 방안이 담겼다. CVC는 대기업이 출자한 벤처캐피털로 주로 모기업의 사업 확장과 인수·합병(M&A) 등에 활용된다. 구글이나 인텔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CVC를 통해 기업을 적극 사들이고 있다.

국내 대기업도 CVC를 소유할 수 있지만 일반 지주회사의 경우에는 불가능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일반 지주회사에 금산분리 규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CVC는 금융회사인 만큼 외부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데 이를 허용하면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주회사가 CVC의 소유를 원하는 것은 벤처기업의 인수나 벤처에 대한 투자 때문이 아니라 금산분리 원칙을 허물고 싶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일반 지주회사의 CVC 설립 허용이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CVC를 허용한다고 해도 실제 벤처투자 활성화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한 것은 투명한 지배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고 있다”며 “이 같은 혜택을 누리면서 금융사 보유까지 허용하는 것은 특정 재벌에 혜택을 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대책에 포함된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 방안과 CVC가 결합하면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차등의결권은 적대적 M&A에 대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 가운데 하나로 정부는 주주동의를 거쳐 1주당 10개 이내의 의결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CVC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고 차등의결권은 총수일가의 경영세습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통해 재벌 승계는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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