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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정의연 vs 태평양전쟁유족회, 위안부 단체지만 서로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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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인천=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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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이윤청 기자 =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가유족회 회장이 1일 인천 강화군 모처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의 전신·정대협)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며 유족회에서 발간한 자료를 보이고 있다. 2020.06.01. radiohea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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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그 유가족들이 참여한 단체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의기억연대의 전신) 해체를 촉구하고 나섰다.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단체의 갈등이 완전히 드러났는데, 여기에는 오랜 역사가 있었다.

1일 시민사회계 등에 따르면 정의연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단체다. 반면 유족회는 생활고를 겪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경제적인 보상을 먼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두 단체 모두 같은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지만 미묘한 입장차를 보여왔다.

유족회는 태평양전쟁 당시 군인, 노무자, 여성근로정신대, 일본군 위안부 등으로 끌려간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1973년에 만든 단체다. 유족회는 2014년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 파문이 일던 당시 1993년 일본 정부 대표단이 위안부 피해자 증언을 직접 듣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21년 만에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정의연의 출발은 이들보다는 늦었다.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은 1990년 11월 정신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발족된 단체다.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진상 규명 등을 촉구하고, 일본 정부와 국회에 진상 조사와 사죄 및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1992년부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일본 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정대협 "공식 사과 먼저" vs 유족회 "할머니들 경제적 배상 먼저"…1995년 첫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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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이윤청 기자 =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가유족회 회장이 1일 인천 강화군 모처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의 전신·정대협)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며 유족회에서 발간한 자료를 보이고 있다. 2020.06.01. radiohea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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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체가 처음 직접적으로 충돌한 적은 1995년 민간차원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아시아여성기금이 조성됐을 때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법적 배상을 우선시하는 정대협은 이 기금에 대해 격렬히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국내 시민사회에서는 '일본의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며 반대 여론이 일었고 결국 2007년에 기금은 해산됐다.

양순임 유족회 회장은 "정대협이 기금 수령을 매국노 행위처럼 얘기했다"며 "한 정대협 인사는 '모금을 받지 말라, 그것을 받으면 더러운 돈이다. 화냥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금을 받은 7명 할머니들에 공창, 매춘부라고 부르며 일본 극우 우익들보다 더 심한 말을 했다"며 "윤미향을 할머니들이 다 무서워했다"고 덧붙였다.

2019년 10월 30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지 1년이 됐던 날에도 두 단체의 주장은 서로 달랐다.

정의연은 수요시위를 통해 사과 없는 아베 정부를 규탄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같은날 유족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한편 한·일 양국 정부가 적극 협조해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요 활동 무대도 달랐던 두 단체…정대협은 '국내', 유족회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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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2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1차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0.05.27. photo100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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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체는 발족 후 주요 활동 무대도 달랐다. 정대협은 국내에서 수요시위 등 사업을 추진했던 반면 유족회는 일본 법정에서 피해자 보상을 받기 위해 장기간 활동해왔다. 양 회장은 위안부 문제를 처음 증언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와 함께 1991년 도쿄 법원에서 피해 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양 회장은 이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도 "정대협이 국내에서 발족돼서 국제적인 홍보를 많이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홍보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최선이 아니다. 할머니들은 하도 고생해서 자신들을 위해주고 편히 살 수 있도록 해주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의연과 완전히 반대 입장"이라며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할머니들에게 전부 기금을 지급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인천=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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