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대학찰옥수수 재배농민 "수술대 웃자라 농사 망쳐" 한숨

불량 종자 의혹 제기…업체 측 "저온으로 인한 냉해 가능성 커"

(괴산=연합뉴스) 박종국 기자 = 충북 괴산군 장연면 대학찰옥수수 재배 농민들이 옥수수 수술대가 웃자라 농사를 망치게 됐다며 불량 종자 의혹을 제기했다.

수술대 웃자란 대학찰옥수수 [촬영 박종국 기자]

1일 장연면의 대학찰옥수수 재배 농민 50여명은 면사무소에서 종자 공급 업체와 가진 간담회에서 "지난달 중순 본 밭에 심은 옥수수가 무릎 크기밖에 자라지 않았는데 벌써 수술대가 올라왔다"고 입을 모았다.

농민들은 "수술대가 일찍 올라오면 결실이 불량해져 제대로 된 옥수수를 수확할 수 없다"며 "올해 농사를 망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잎줄기도 대학찰옥수수와 달리 세로 줄무늬가 짙고 곁가지가 많이 올라와 완전히 다른 종자 같다"며 "작년 재고 종자는 문제가 없는데 올해 새로 공급받은 종자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종자가 잘못됐을 수 있어 옥수수를 뽑아낸 밭에 다시 심지도 못하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유모(40·괴산군 장연면 추점리) 씨는 "2만3천㎡에 심은 옥수수에서 수술대가 웃자라는 피해를 봤다"며 "어찌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제대로 자라지도 않았는데 올라온 수술대 [박종국 기자 촬영]

종자 공급 업체 관계자는 "지난 4월 중순 이상저온 현상으로 과수 등 여러 작물이 냉해를 봤다"며 "종자에는 문제가 없으며 이상저온으로 인한 피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24일 괴산 지역 최저 기온은 영하 1.9도, 일교차는 16.3도였다.

그는 "문제가 된 옥수수가 대학찰옥수수 품종인지 확인하기 위해 DNA 검사에 착수했다"며 "검사 결과가 나온 뒤 대응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냉해 때문이라면 모든 옥수수에서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인접한 밭인데도 작년 종자는 아무렇지 않은데 올해 종자에서만 수술대가 웃자라는 현상이 나타난 점을 볼 때 종자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연면사무소에서 열린 농민과 종자 공급업체 간담회에서 웃자란 수술대 보여주는 농민 [박종국 기자 촬영]

대학찰옥수수는 1991년 괴산 출신 최봉호 전 충남대 교수가 개발해 장연면 방곡리에서 재배를 시작한 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 때문에 유명해져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 지리적 표시 77호로 등록됐으며 한국능률협회 경영인증원의 웰빙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괴산군은 1천800여농가가 재배해 연간 210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대학찰옥수수를 지역 대표 농산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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