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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사찰 ‘선운사 만세루’ 보물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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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누각으로는 가장 큰 규모

"독창성 가득한 건축물 만든 대표적 사례"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조선후기 대형 사찰 ‘선운사 만세루’가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전북 고창군에 있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53호 ‘선운사 만세루’를 ‘고창 선운사 만세루’라는 이름으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65호로 지정했다고 1일 밝혔다.

선운사에 전해지고 있는 기록물인 ‘대양루열기’(1686)· ‘만세루 중수기’(1760)에 따르면 선운사 만세루는 1620년(광해군 12년) 대양루로 지어졌다가 화재로 소실된 것을 1752년(영조 28년)에 다시 지은 건물이다. 처음에는 중층 누각구조로 지었으나 재건하면서 현재와 같은 단층 건물로 바뀌었다. 문화재청 측은 “누각을 불전의 연장 공간으로 꾸미려는 조선후기 사찰공간의 변화 경향을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세루는 사찰 누각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정면 9칸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현존하는 사찰 누각은 대체로 3칸이 주류고 5칸이나 7칸 규모도 있으나 만세루처럼 9칸 규모는 흔치 않다고 문화재청 측은 전했다.

이 건물의 가운데 3칸은 앞뒤 외곽기둥 위에 대들보를 걸었고, 좌우각 3칸에는 가운데에 각각 높은 기둥을 세워 양쪽에 맞보(가운데 기둥을 중심으로 양쪽에 설치된 보)를 거는 방식을 취했다. 하나의 건물 안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보를 걸어 구조의 안전을 꾀하면서 누각의 중앙 공간을 강조한 특징이 있다.

또 가운데 칸 높은 기둥에 있는 종보(대들보 위에 설치하는 마지막 보)는 한쪽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자연재를 이용했다. 일부러 가공한 것이 아닌 자연에서 둘로 갈라진 나무를 의도적으로 사용해 마치 건물 상부에서 보들이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건물의 다른 특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만세루는 조선후기 불교사원의 누각건물이 시대 흐름과 기능에 맞춰 그 구조를 적절하게 변용한 뛰어난 사례”라며 “구조적으로는 자재 구하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독창성 가득한 건축을 만들어 낸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국가지정문화재로 역사·건축·학술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만세루를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주변 시설 등을 적극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이데일리

선운사 만세루 정면(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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