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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생업 접는데 보상금 너무 적어" 과수화상병 피해 농민 집단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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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방식 변경…충주 산척면 농민들 '매몰처리 거부' 결의

(충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화상병 발생 후 사과 농사로 다시 일어서려면 적어도 9년이 걸리는데 정부에서 실정을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생업을 접는 농민에게 이걸 보상이라고 줍니까"

1일 충북 충주 산척농협 회의실에는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현장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과 재배 농민 60여명이 모였다.

마이크를 잡은 농민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당국의 보상대책을 비난하며 '단체행동'을 거론했다.

농민들은 '산척면 과수화상병 보상대책위원회'에 대응방안을 맡기기로 하고 하나둘씩 위임장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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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장과 탄원서에 서명하는 농민들 [박재천 기자 촬영]



보상대책위는 작년 수준의 폐원 손실보상금 지급을 농림부와 농촌진흥청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화상병에 걸린 사과밭 매몰 처리를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 피해 농민은 탄원서를 통해 "사과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떻게 전염됐는지도 모르고 방제약도 없는 화상병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생업을 접게 된 상황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화상병에 걸린 밭은 3년이 지나야 새로 묘목을 심을 수 있고, 그로부터 5∼6년은 지나야 경제성 있는 수확이 가능한데, 보상금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 폐업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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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척면 도로변에 내걸린 플래카드 [박재천 기자 촬영]



보상대책위는 사과밭 300평, 125그루 기준으로 작년보다 폐원 보상금이 900만원가량 줄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작년까지는 밀식, 반밀식, 소식 등 재배 유형별로 보상금 단가를 산정했으나 올해는 10a당 사과나무 수(37그루∼150그루) 별로 세분화해 지급하는 것으로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병 확산을 막기 위해 나무를 뽑아낸 뒤 땅에 묻는 방제 비용도 실비 지급으로 지침이 바뀌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금액만 놓고 단순 비교하면 농민들의 주장이 틀린 게 아니지만, 보상금 세분화는 농가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처이고, 바뀐 기준이 오히려 이득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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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척면 사과농가 회의 [박재천 기자 촬영]



충주는 지난달 31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사과밭 180곳에서 화상병 의심 신고가 접수돼 간이검사 결과 137곳에서 '양성'이 나오고, 이 중 66곳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이 병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특히 산척면은 간이검사에서 86곳이 '양성' 반응을 보였고, 48곳이 확진돼 사과농사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병에 걸린 나무는 서둘러 땅에 묻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매몰을 완료한 농가는 2곳에 불과하다.

식물방역법상 확진 판정이 나와 도지사가 긴급 방제 명령을 내리면 10일 안에 매몰 처리를 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과수화상병은 금지 병해충에 의한 세균병으로, 주로 사과나 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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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화상병에 걸린 사과나무 [연합뉴스 자료사진]



감염될 경우 잎과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는다.

균의 밀도를 낮추는 항생제 외에 마땅한 치료 약제가 없다. 겨울 추위에도 균이 10∼40%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상이 나타난 나무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 신속하게 매몰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확산 방지책이다.

전문가들은 화상병이 최초 발견 5∼10년 전에 해외에서 유입돼 적응과 잠복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충북에서는 2015년 제천시 백운면에서 처음 나타났다.

백운면은 충주시 산척면과 인접해 있으며 가지치기, 적과 등 '동일작업권'이기도 했다.

농업 당국이 화상병 확산 경로로 주목하는 부분이다.

제천도 지난달 31일까지 7곳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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