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브렉시트(Brexitㆍ영국 유럽연합(EU) 탈퇴)를 단행한 영국과 EU가 운명의 6월을 맞이했다. 관세, 금융, 안보 등에서 미래관계 설정을 위한 협상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시한이 이달 안에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달 말까지 연장 여부를 매듭짓지 못할 경우 아무런 결론 없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와 EU 집행위원회는 1일(현지시간)부터 오는 5일까지 화상회의를 통해 4차 미래관계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 3월 이후 양측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협상을 해왔지만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했다. 회의가 끝날 때마다 양측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도 서로 설전을 벌여 이번 4차 협상에서 성과를 거둘 것이란 기대감은 크지 않다.
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명백히 협상을 원하지만 그 어떤 비용 없이 협상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면서 단일시장이 약화되는 것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이 협상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이어야 한다면서 영국이 EU의 의무는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회원국의 이점을 얻어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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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 영국 측 협상 대표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총리 유럽보좌관도 현재의 EU 협상 지침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없는 지침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EU가 입장을 진전해야 한다"면서 당초 예상하던 어업 관련 합의가 6월 내로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달 말까지 예정된 협상 시한 연장 여부에 쏠린다. 양측의 합의에 따라 영국과 EU는 미래관계 협상 시한을 한 차례, 최장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어업, 금융 서비스와 같은 무역 이슈와 안보 문제 등 논의해야 할 사안이 많아 당장 6개월간 모든 합의가 이뤄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EU는 이를 감안해 최근 최장 2년까지 연장하자고 제안했으나 영국 정부는 "연장하지 않는 게 정부의 확고한 정책이며 요청이 와도 동의하지 않겠다"고 응수한 상태다.
협상이 노딜로 끝나면 양측의 경제ㆍ사회적 피해는 불가피하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사회시장재단(SMF)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및 브렉시트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합의 없이 전환 기간이 종료되면 "크게 부정적인 타격을 받고, 자유무역협정(FTA)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면 중간 규모의 부정적인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경제적 타격이 큰 상황에서 런던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이 '이중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봤다.
외신들은 이달 중 있을 것으로 보이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만남에 주목한다.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는 영국 정부 측이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려 하지만 EU 측이 속도를 내지 않는다며 양 정상이 만남을 한 후에야 교착 상태가 풀릴 것으로 본다고 영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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