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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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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얼어붙을라" 5G 불법보조금 제재 앞두고 '신중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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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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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5G 이동통신 서비스 불법보조금 첫 제재를 앞두고 업계 안팎에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위축된 통신시장이 정부의 과도한 관리ㆍ감독 의욕으로 자칫 돌이키기 어려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보조금 열기가 5G 활성화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방통위는 '시장 질서'라는 명분을 따르되 '산업 진흥'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항공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과징금 경감 조치를 한 것처럼 정책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잇따른다.


◆"제재를 위한 제재 안 돼"=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해 4~8월 이동통신사들의 불법보조금 살포 관련 조사를 마쳤지만 아직 사업자들에게 관련 제재에 대한 사전 통지서를 발송하지 않았다. 당초 이르면 지난 3월께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숨 고르기'에 돌입한 분위기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이통시장은 물론, 내수 전반이 위축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노골적으로 5G 활성화를 요구해온 정부가 제 손으로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상황과 정책 목표 등을 다각도로 고려 중인 방통위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제재를 위한 제재는 안 된다"는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통위가 쥔 칼이 '이통사 때리기'로만 작동하지 않도록 정책 실천과 산업 발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에 근거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도 5G 불법보조금 제재와 관련해 "코로나19, 시장 영향 등 고려할 요인을 면밀히 살피겠다"며 "페널티에 초점을 맞추지 않겠다. 핵심은 국민 편익"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방통위가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통지와 의견 수렴을 거쳐 전원회의 의결까지 마치는 데는 통상 한 달가량이 소요된다.


◆"시장, 투자 다 얼어붙을까" 우려= 시장에서도 제재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내수가 최근 정부 주도의 경제 활성화에 힘입어 조금씩 호전되는 상황에서 영업정지 등 강도 높은 제재가 나올 경우 이통사는 물론 대리점ㆍ판매점 등으로 연결된 소상공인들에게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방통위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 위반으로 이통 3사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2018년 당시 506억3900만원이 가장 많았다.


당장 올해 1분기 실적 직격탄을 맞은 이통사들은 현재 연간 투자 등 올해 경영계획을 두고도 고심하고 있다.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올해 5G 가입자 수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고, 연간 설비투자(CAPEX) 역시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바라봤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해 인프라 투자 등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정부의 '한국형 뉴딜' 프로젝트에도 부정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망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고강도 제재가 발표되면 자칫 시장이 더 위축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5G 상용화 이후 노골적으로 경쟁을 부추겨온 정부 역시 과열경쟁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5G 활성화를 우선순위에 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불법보조금 제재 카드를 쥔 방통위 간 정책 엇박자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다.


◆"제재보다 투자로 이끌어야" =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무작정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기보다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 수위를 결정하고 대신 투자를 끌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재계는 최근 국토부가 항공업계의 경영난을 고려해 제주항공의 과징금 처분을 다시 정하기로 한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입법 예고된 '항공안전법 시행령과 시행령규칙 일부개정안'은 항공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과징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가중ㆍ경감 범위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책 운용의 유연성이 발휘된 부분"이라며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이한 업계들에 어느 정도 숨 쉴 틈을 주면서 함께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국판 뉴딜과 관련한 투자 역시 세제 지원 등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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