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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의료용 대마 너무 비쌌는데…지원 덕에 아이에게 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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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메재단·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희귀난치어린이 지원…19일까지 접수

연합뉴스

푸르메재단
[푸르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올해 3살이 된 A군은 혼자서 몸을 가누지도, 밥을 삼키지도 못한다.

출생 직후부터 청색증을 동반한 경련 증상을 보인 A군에게 병원이 내린 진단은 'SCN2A 유전자 변이'.

경련과 인지 저하 등 증상을 보이는 희귀 난치질환이다.

지난해 3월 주치의는 소아 뇌전증 치료제로 사용하는 의료용 대마(칸나비디올·CBD)를 써보자고 권했다. 경련 완화에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판단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A군은 CBD 오일을 복용 후 경련이 줄어 다른 약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처음으로 '엄마'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A군의 부모는 기쁨보다 걱정이 커졌다고 한다.

3개월을 복용할 수 있는 CBD 오일 100㎖들이 1병이 160만원인데,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형편이 나빠져 약값을 대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관련 예산까지 삭감돼 부담은 더 늘었다.

2018년 의료용 대마 합법화 이후 환자는 병원 처방을 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신청서를 내고, 식약처가 해외에서 대마 약품을 수입해왔다.

수입 절차가 길고 복잡한 만큼 수요를 예측해 예산으로 여유분을 확보해두면 환자가 각 지역 대학병원 인근 거점약국에서 구입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예산 부족으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약품을 미리 구매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환자 가족들은 최소 4개월치를 한꺼번에 주문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3개월에 100㎖를 복용하는 A군의 경우 중단 없는 치료를 위해서는 300만원이 넘는 돈을 한꺼번에 내고 두 병을 미리 사야만 한다.

한달에 100㎖를 복용해야 하는 레녹스-가스토증후군(간질성 뇌병증) 환아 B(4)양 가족도 고민이 깊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지난해까지는 급한 대로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1개월치씩을 샀지만 이제는 필요한 돈이 640만원으로 늘었다.

B양 어머니는 1일 "환아 수가 적어 보험도 되지 않지만 부모들에게 이 모든 약과 치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CBD 오일로 경련이 10번에서 5번으로 줄 수만 있다면 돈을 빌려서라도 먹어야 하는 필수재"라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A군과 B양의 부모는 푸르메재단과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희귀 난치 어린이·가족 통합지원사업의 도움으로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두 재단은 만 18세 미만의 희귀 난치 환아를 위해 연간 최대 400만원을 지원한다. 2018년부터 해마다 100명 안팎이 도움을 받았다. 올해는 지난 2월에 1차로 45명을 선정했고 이달 19일까지 2차 신청을 받는다. 희귀난치병을 앓는 자녀의 부모를 위한 심리상담치료비 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B양 어머니는 "희귀 난치질환 예산은 아이들의 목숨값과 같다. 국가 예산이 필요한 곳은 많겠지만 기존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다행히 재단과 기업의 지원으로 올해는 우리 아이에게 조금은 덜 미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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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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