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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수)

돈 굴릴 곳이 없네… 0%대 금리에도 예·적금 못 떠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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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하면서 예·적금 금리가 0%대~1% 초반으로 내려 앉았지만,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탓에 자금 이탈이 크지 않은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미·중 갈등 우려로 증시까지 주춤해지자 투자자들이 관광세로 돌아선 영향으로 보인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지난 4월 개인 정기 예·적금은 해지액은 총 6조58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8조2696억원) 대비 26.7% 감소한 수준이다. 건수 기준으로 봐도 4월에는 56만7601건 해지돼 한달 전보다 23.3%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증가폭은 확연히 수그러들었다. 올 1월 예·적금 해지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지만, 2월 들어 7% 증가로 돌아선 뒤 3월에는 51% 뛰었다. 그러나 4월 들어선 다시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폭이 한자릿수로 내려왔다.

조선비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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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월 예·적금 해지액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 사태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은 4조원 가까이 늘었고, 가계 대출 증가액 역시 10조원에 달했다. 여기에 증시까지 급락하자 ‘기회’라고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은 기존 예·적금을 해지하는 것은 물론,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주식 투자 행렬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이 베팅한 삼성전자(005930)등 우량주의 주가가 쉽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부동산 등 다른 투자처 역시 관망세가 짙어지자 예·적금 해지 추세가 진정됐다는 것이 은행권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예·적금에 들어있는 자금이 이탈하려면 예·적금과 성격이 비슷한 안전한 투자처가 필요한데, 현 상황에선 마땅한 투자처가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예·적금을 유지하거나 선택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히 최근 들어선 자산가 고객들이 정기 예금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코로나 사태로 공실이 많아지자 수익형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고 있는데, 향후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판단해 섣불리 투자하기보단 예금에 자금을 묵혀뒀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매수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은 예·적금 금리가 0%대로 내려간다 해도 급속한 자금 이탈 현상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에서 0.5%로 인하하면서 일부 시중은행은 이르면 이번주 중 수신 금리를 조정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저축은행도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며 "예·적금 잔액이 줄어들 순 있겠지만 급격하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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