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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6일만에 100명' 똑같지만···물류센터·클럽 감염 결정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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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이태원 클럽 코로나19 확산세 비교

중앙일보

29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오정물류단지 내 쿠팡 신선센터가 운영을 중단하며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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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이 100명이 되는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엿새면 충분했다.

집단 감염 사태로 번진 서울 이태원 클럽과 쿠팡 물류센터 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살펴본 결과다.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31일 낮 12시 기준 총 111명이다. 지난 23일 첫 환자가 나온 뒤 확진자가 100명을 돌파하는 데 단 6일(29일 102명) 걸렸다.

이태원 클럽발 감염 확산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6일 첫 환자가 발생한 뒤 6일 만에 관련 확진자는 총 102명을 기록했다.



쿠팡 물류센터·이태원 클럽 확진자 100명 돌파 단 6일



숫자로 확인되는 초기 증가세는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관련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선 뒤 이태원 클럽과 쿠팡 물류센터 발 코로나19 확산세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관련 환자가 100명을 돌파한 뒤에도 추가 확진자가 며칠 간 10~20명씩 발생했다.

첫 환자가 나온 뒤 13일만인 5월19일에는 2차 감염자가 더 많아졌다. 당시 누적 확진자는 187명이었지만 이 중 가족·지인·동료 등의 접촉자가 94명이나 됐다. 클럽을 직접 방문해 코로나19에 걸린 된 경우(93명)를 앞질렀다. 2차 감염 사례가 더 많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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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 코로나19 확산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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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쿠팡 물류센터 발 감염의 경우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선 뒤 관련 신규 확진자는 오히려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 29일 102명이던 누적 확진자는 30일 108명(신규 6명), 31일엔 111명(신규 3명)으로 진정되는 모습이다.

이같은 확진자 발생 패턴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이태원 클럽의 경우 감염 우려가 제기된 클럽 6곳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5000여 명의 불특정 다수가 진단검사 대상이었던 탓에 역학 조사와 검사 등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반면 쿠팡 물류센터는 장소가 특정된 데다, 직원 명단을 확보해 신속한 진단검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강립 중앙재난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 사례와 달리 부천 물류센터는 관련 접촉자 대부분이 연락처 파악이 쉬워 검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부천 물류센터와 관련해 전체의 83.5%에 해당하는 43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실상 일주일 만에 1차 감염원에 대한 진단검사를 마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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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와 연관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중동 부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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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감염원 전수조사 관건…쿠팡 일주일새 마무리



하지만 이태원 클럽은 발생 17일이 지나서도 클럽 방문 확진자가 나왔다. 당국이 익명검사를 도입하며 검사를 촉구했지만 정확한 명단이 없어 조사와 검사에 한계가 있었다. 1차 감염원을 찾아내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이른바 'N차 감염'이 확산할 수 밖에 없다.

클럽을 방문한 인천 학원강사가 처음 조사 때 신분을 속여 추가 확산 고리를 끊지 못해 7차 감염까지 이어진 게 대표적 예다. 이태원 클럽 관련 7차 감염 사례가 나온 건 지난 26일이다. 첫 환자가 나온 뒤 약 3주가 지났을 때다.

31일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총 확진자는 270명이다. 이 중 클럽 방문자가 96명인 반면 2~7차 감염 인원은 174명에 달한다. 1차 감염원 파악이 늦어지며 전체의 64.4 %가 'N차 감염'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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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이태원 클럽 거리가 한산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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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 발생 8일째인 31일 총 확진자 111명 중 물류센터 직원이 76명, 이들의 가족·지인·동료 등 접촉자는 35명이다.

때문에 방역 당국은 현 상황이 이태원 클럽발 전파 사례보다는 상대적으로 방역망 안에서 통제하기 낫다고 보고 있다. 직원과 접촉자의 연락처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만큼 N차 감염의 고리를 비교적 빨리 끊어낼 수 있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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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쿠팡 물류센터 코로나19 확산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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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 일러…일용직·투잡 근로자가 '구멍' 될 수 있어



감염 고리를 빨리 끊어낼 가능성은 커졌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류센터발 집단감염이 유동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발생한 점, 2·3차 감염 장소가 어린이집, 콜센터, PC방 등 밀집도가 높거나 주변 생활시설인 탓에 '소규모 집단감염' 등을 통한 추가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쿠팡 물류센터 발 전염은 현재 3차 감염까지 발생했다. 연결 고리는 '물류센터 직원→지인→지인의 자녀(어린이집 교사)'였다. 특히 물류센터 확진자 중 일부는 일용직 근로자거나 ‘투잡족’으로 나타나 확진자가 근무했던 인근 물류센터나 콜센터 등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기석(전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단 당국과 지자체가 쿠팡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노출자를 빨리 찾아내 진정되는 듯하다”며 “확진자 중 일용직 근로자가 좀 있어 방역 통제망을 빠져나간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일용직 근로자가 무증상 감염 상태로 여러군데서 일했다면 추가 확진자 발생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특히 학원이나 교회·요양원 등 최근 수도권에서 산발적으로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이달 초 당국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 체제를 전환한 뒤, 사람들이 다소 방심하면서 발병이 계속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쿠팡 물류센터 역시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테지만 당국 지침을 느슨하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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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이 26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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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방역 수칙 완화해 방심 불러"



당국의 ‘갈지(之)자 행보’도 문제로 지적했다. 정 교수는 “당국이 부랴부랴 대중교통 이용시 마스크 착용 등 관련 대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미 방역 지침을 완화한 이상 한계가 있다”며 “수도권 시민에게 외출을 자제하라고 하는데 그게 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사회 전체를 긴장시키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 방역 관리자가 책임을 지는 등 일벌백계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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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입구에 관계자가 제한적 재개관 기간 동안 치워뒀던 임시휴관 안내문을 다시 설치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 소재 쿠팡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세를 보이자 정부는 수도권 내 미술관과 박물관을 비롯한 모든 공공·다중이용시설 운영을 오는 6월 14일까지 약 2주일 동안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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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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