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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부동산 헐값에 팔고…" 홍콩 엑소더스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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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로에 선 홍콩 ◆

"'당장 내일 떠날 수 있느냐'는 전화를 수백 통 넘게 받았습니다."(홍콩 이민컨설팅 업체 안렉스의 앤드루 로 대표) "발급 소요 시간이 가장 짧은 비자가 무엇인지 묻는 전화가 20배 늘었습니다."(홍콩 이민컨설팅 업체 존 휴의 존 휴 대표)

지난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이 전격 통과된 다음날 홍콩 이민컨설팅 업체에 '탈(脫)홍콩'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당시 벌어졌던 '홍콩 엑소더스'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두고 불안감에 시달리던 홍콩인 30만명은 1990~1994년 서구로 이주했다. 홍콩 보안법 통과 이후 홍콩 내 부동산을 급매로 내놓고 빨리 처분해 달라는 사례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라도 빨리 해외로 떠날 채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실제 이번주 홍콩 마안산 지역의 785제곱피트(22평형) 원룸은 999만홍콩달러에 팔렸는데, 이는 은행 평가금액보다 15만달러(약 2400만원) 낮은 가격이었다.

SCMP는 "홍콩에서 주택 구입을 준비했던 사람들도 거액의 보증금을 포기하고 손을 떼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시민들 상당수는 대만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 대만에선 20만달러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는 이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 1~4월 대만 시민권을 신청한 홍콩 주민은 2400여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948명에 비해 2.5배가량 늘었다. 영국 등 서구사회로 망명을 준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날 보도했다. 캐나다로 망명 신청을 한 익명의 홍콩 시민은 홍콩자유언론에 "홍콩을 탈출하거나 정치적 박해를 받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홍콩 시민의 탈출을 돕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무역·관세·투자·비자 등에 관한 특혜 중단을 시사하면서 홍콩 기업들의 이탈 조짐도 가시화하고 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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