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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단독] `수익률 원금의 5배` 검은손의 유혹…사기꾼 10년새 48%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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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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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가 줄어들고 있는 틈을 타 사기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조6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라임 사태 등 대형 금융 사기부터 일반인을 노리는 생활 사기까지 사회 전방위적으로 사기범죄가 판을 치는 모양새다. 사기꾼들은 과거의 대면 사기 패턴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 금융 기술 등을 활용한 비대면 범죄를 통해 쉽고 간편하게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31일 매일경제가 대검찰청에서 단독 입수한 지난해 강력·재산범죄 통계를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사기범죄가 총 33만3939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27만8566건 대비 19.9%나 증가한 수치다. 10년 전인 2009년 22만4888건보다는 무려 48.5%나 늘었다. 이는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가 10년 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지난해 살인범죄는 1225건 발생해 2009년 1390건보다 줄었다. 특히 강도범죄는 지난해 264건 발생해 10년 전 6381건 대비 4.1% 수준으로 감소했다. 폭행·상해범죄 등도 마찬가지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요즘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기범죄 유형은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약속한 수익을 돌려주지 않는 방식이다. 심지어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해 가상화폐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돈을 받는 사기 유형도 등장했다. 최근 서울 강동경찰서는 파나마에 있는 본사에서 가상화폐를 채굴해 수익을 나눠주겠다는 수법으로 수천 명에게 71억원을 뜯어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에어비트클럽 김 모씨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에어비트클럽은 2018년 조직 대표인 장 모씨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전국적인 사기범죄 조직이다. 하지만 김씨 등은 에어비트클럽의 허가조차 받지 않은 가짜 지점을 운영하며 또 다른 피해자 수천 명을 양산했다. 뛰는 사기꾼 위에 더 악질적인 나는 사기꾼이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런 대형 사기 외에 일반인을 노리는 생활 사기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가짜 증권거래시스템을 운영하며 투자금의 10배를 대출해주겠다는 레버리지 사기가 판을 치자 지난달 피해자 수십 명은 이들 업체를 서울중앙지검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투자 컨설팅을 해주겠다며 접근해 '수익이 났다'는 핑계로 인출을 위한 추가 입금을 요구하는 수법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환율 마진거래를 이용한 FX거래도 불법 도박이라고 사법부는 판단했다. 이러한 생활 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은퇴한 노년층이거나 투자 지식이 부족한 청년층이어서 피해가 극심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 안전에 필수인 마스크 등 의료기기를 사기 범죄에 활용하는 사례도 많았다. 수요가 높을 때를 이용해 '한철 사기 장사'를 하는 모양새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유행해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전국적으로 돈을 받은 뒤 물건을 주지 않는 사기범죄가 발생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기범죄가 성행하는 이유로는 지나치게 관대한 우리나라 처벌 수위가 꼽힌다. 금액 1억원 이하 사기범죄 기본 형량이 6월~1년6월로 짧다 보니 사기꾼들이 쉽게 범행 의지를 다진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기범죄가 1억원 이하에서 벌어지는 현실 속에서 전과가 있는 사기꾼들이 출소해 또다시 사기를 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식이다.

이 같은 사기범죄가 성행하자 경찰청은 5~10월 서민경제 침해사범 단속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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