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주간 단위 휘발유 판매 가격이 18주 만에 상승 전환해 전주 대비 9.8원 오른 리터당 1258.6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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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기록적인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완연히 오름세로 돌아섰다.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제유가를 반영하는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바닥을 찍고 당분간 오를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전국 주유소 주간 단위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 주 보다 9.8원 오른 리터당 1258.6원을 기록했다. 전국 주유소 경유 가격도 리터당 1068.6원을 기록해 지난주보다 8.6원 올랐다. 지난 1월 말부터 하락하던 기름값(주간 단위 기준)이 4개월여 만에 멈추고 반등한 것이다. 31일에도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올라 전국평균이 리터당 1269.6원, 서울평균이 1368.7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 전국 곳곳에서 등장한 휘발유 1100원대 주유소는 한 달 만에 자취를 감춘 셈이다.
〈5월 넷째 주 지역별 휘발유 평균가격〉
자료: 오피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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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5월 상승폭 ‘역대 최대’
국내 기름값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는 지난 4월 말을 저점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3% 뛴 35.49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5월 한 달 동안 88.4% 급등해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 4월 20일 WTI가 사상 초유의 배럴당 –37달러를 기록한 것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국제유가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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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물 만기일 전날이었던 당시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줄어 원유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자 5월물 인수를 포기하고 6월물로 갈아탔고,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OPEC+(석유수출국 기구인 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감산으로 원유 공급과잉 우려가 줄고 수요 회복 기대는 커지면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정유업계에서 “당분간 국내 휘발유 가격도 꽤 큰 상승폭으로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4월에 연중 바닥을 보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6월 국제 원유시장도 미국 원유생산이 지속적으로 줄고 미국과 유럽에서 이동제한 조치가 완화되면서 원유 수요가 개선돼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범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유가의 가파른 반등은 원유 감산 결과로만 보기에는 무리고, 앞으로의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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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는 오르지만…문제는 정제마진
국제유가는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은 장담할 수 없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는 올 1분기에만 4사 합산 영업적자 4조4000억원이라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과거 비싼 값에 사 놓은 원유에 대한 재고평가 손실이 대거 발생한 데다, 정제마진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일단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정유사들의 재고평가 손실은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정유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실적 개선도 더딜 가능성이 높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구매비용과 수송비 등 비용을 뺀 금액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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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 “2분기도 사실상 적자”
하지만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5월 셋째 주 배럴당 –0.4달러로 지난 3월 셋째 주(-1.9달러)부터 10주째 마이너스를 이어가는 중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항공기 운항 등 글로벌 석유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정제마진도 여전히 마이너스라, 사실상 2분기 실적도 플러스(흑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유가가 올라 재고평가가 이익이 났다 해도 정제마진이 이를 상쇄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가 기대하는 건 3~4분기다. 하지만 이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조치 완화와 경제 회복의 정도에 달린 문제라 불확실성이 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생각해도 1분기에 4조 적자면 3~4분기에 그 이상을 벌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별로 (정유 이외의) 사업 다각화, 구조조정 등 비용절감 노력이 올 한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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