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 규모는 3월 말 현재 1106조3380억원, 5개월 연속 증가
코스피 2000선 돌파 전후 증시 자금 유입 본격화 조짐
부동산 시장은 중저가·비규제 지역 관심 뚜렷
지난 27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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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처음으로 1100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전격 인하까지 겹치면서 부동자금 증가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양상이다. 갈 곳을 잃고 시중에 흘러넘치는 돈은 결국 투자 대안으로 증시나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31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머니마켓펀드(MMF)·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의 규모는 지난 3월 말 현재 1106조33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11월 1010조7030억원 이후 5개월 연속으로 매달 불어나고 있다.
또한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서 부동자금의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부동자금 증가폭은 지난해 11월(32조7000억원 증가)과 12월(34조8000억원 증가) 30조원대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올해 2월에는 47조원으로 커졌다. 한달 증가폭이 40조원을 넘은 것은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전후해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채권을 뺀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자금이 시중을 떠도는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1% 남짓에 불과하다. 한은이 집계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은행권의 잔액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3월(2.02%) 이후 꾸준히 내려 지난달(1.57%)에는 1.5%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0.75%→0.5%)로 유동성은 더 풍부해지고, 시중 자금이 증시나 부동산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가 2000선 고지를 되찾으면서 증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28일 현재 44조5794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지난해말(27조3384억원)보다 63.1%나 급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이달 18일(10조783억원)에 3월 이후 두 달여 만에 10조원대로 올라섰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개인 투자자가 많아지면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은 규제가 굉장히 강해졌는데, 향후 보유세까지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한동안은 부동산 시장보다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여파와 정부 규제로 고전하고 있는 서울 부동산 시장의 경우 급매물 등이 쏟아지면 언제라도 돈이 흘러들 수 있는 상황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이미 초저금리이어서 추가 인하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과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이 덜했던 비규제지역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부동산·주식·금·달러 가격이 현 시점에서 이미 꽤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투자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 관련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금리를 내린다고 하면 실효하한도 달라질 수 있고, 그만큼 우리 정책 여력도 늘어나는 게 사실”이라면 “현재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하는 만큼 이를 가정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어느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까 생각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시계를 내년으로 넓히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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