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3 (수)

[이기자의 유레카!] 화성에 가려면 `돌연변이` 우주비행사가 필요하다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집에 돌아가고 싶었던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의 화성판 `자연인` 영화 마션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기자의 유레카!-18] 27일(현지시간) 기상악화로 한 차례 발사가 연기된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이 30일(현지시간)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크루 드래건은 두 명의 미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를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수송하는 임무를 수행했죠.

이번 로켓 발사는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2011년 미 정부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종료한 후 미국 내 유인 발사가 9년 만에 재개된 것이죠. 또한, 스페이스X는 이번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에 인력을 수송할 수 있는 첫 민간기업으로 등극하며 민간 우주탐사 시대를 활짝 열게 됐습니다. 각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구에서 더 먼 곳, '심(深)우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매일경제

나사의 화성탐사 상상도. 나사는 2030년대 화성 유인탐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사진=NAS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달을 지나 우주 저 깊은 곳으로

ISS에서 이뤄진 수많은 과학실험은 향후 심우주 탐사를 위해서입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2024년 다시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론 달에 거주지를 만들고 이곳에 정착해 자원을 채굴하고, 각종 행성 개척 기술·장비들을 실험할 계획입니다. 히말라야 고산 등정에 나서는 원정대가 산 밑 베이스캠프에서 준비를 마친 뒤 등정에 나서는 것과 비슷합니다. 달이 베이스캠프, 정상은 (일단은) 화성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우주굴기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은 미국에 뒤질세라 오는 7월 화성탐사에 나섭니다.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은 화성 첫 탐사프로젝트로 창정-5B 운반 로켓에 화성탐사선을 실어 발사할 예정이죠. 톈원-1호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화성의 환경, 외관 특징, 지표층 구조 분석 등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도 7월 화성 탐사에 나설 예정이며,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의 공동 프로젝트는 2022년입니다. 지구와 화성은 각각 태양 주변을 돌기에 지구와 화성은 서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합니다. 가장 가까웠을 때가 5452만㎞, 가장 멀 때가 1억207만㎞ 정도로 가장 가까운 시점이 780일마다 반복되죠. 비행 거리와 시간을 줄이기 위해 두 행성이 가장 가까워졌을 때 탐사선을 발사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敵)

매일경제

`잠깐 오늘 먹을 감자는 있던가?`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 그것은 와트니가 생존을 위해 해결해야할 첫 번째 문제였습니다./사진=IM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 기억하시나요? 화성에 홀로 낙오된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의 화성판 '자연인'이었습니다. 그는 수백 일을 화성에서 홀로 보내며 고독감과 배고픔을 해결했습니다. 영화에선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실제 우주비행사들은 우주 방사선도 견뎌야 합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의 왕복 여행은 1년 반이 걸리는데 이 기간 우주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되죠.

유럽우주국에 따르면 지구에서 출발한 우주비행사가 화성까지 6개월을 비행한다고 했을 때 우주비행사는 일생 동안 허용되는 방사선량의 60%에 노출된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편도' 비행 기준으로 왕복일 경우 허용치를 넘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방사선은 막을 수 있습니다. 이를 '차폐'라고 합니다. 납, 물, 콘크리트 등을 사용하면 가능한데 문제는 이들 모두가 너무 무겁다는 데 있죠.

우주 방사선은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는 초신성 등으로 발생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오직 측정을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우주 방사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집니다. 뇌, 심장 등 주요 장기와 중추신경계에도 악영향을 미치죠.

매일경제

나사는 쌍둥이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오른쪽)와 마크 켈리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년 간 머물다 돌아온 스콧과 지구에 남아있던 마크를 비교해 장기간의 우주체류로 인한 신체 등의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이죠. /사진=NAS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장기간의 우주 체류와 관해 가장 유명한 실험은 쌍둥이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와 마크 켈리를 비교하는 실험일겁니다. 2015년 우주로 향한 스콧은 약 1년가량 ISS에서 체류하다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나사는 스콧이 돌아온 뒤 지구에서 생활해 온 마크와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죠. 그 결과 스콧은 우주 방사선 영향으로 암 발생 확률이 올라갔고, 심장도 미세하게 줄어들었죠. 망막 일부와 경동맥이 두꺼워지면서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즉, 장기간의 우주탐사를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은 셈이죠.

매일경제

나사는 `휴먼 리서치 프로그램` 등 여러 연구를 통해 장기간의 우주체류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심우주 탐사를 위한 기초지식을 쌓기 위함입니다. /사진=NAS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전공학이 해결책?

최근 과학계는 이 우주 방사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소 독특한 방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유전공학입니다. 미국 행성과학 연구센터인 '달과 행성 연구소(LPI)'의 우주생물학자 겸 지질생물학자인 켄다 린치는 최근 뉴욕 과학 아카데미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화성에 장기간 체류하고 싶다면 유전공학과 다른 진보된 기술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매일경제

이끼 위에 앉아있는 물곰을 확대한 사진입니다. 물곰은 최대 몸길이 1.5mm에 불과하지만, 극저온·초고온·진공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방사선을 맞아도 생존 가능합니다. 과학자들은 물곰의 이런 특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진=NAS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특히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물곰'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물곰은 최대 몸길이 1.5㎜의 매우 작은 무척추동물로 공룡보다 지구상에서 더 오래 번성한 생명체입니다.

물곰은 전 세계적으로 약 1000종이 보고됐습니다. 물곰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생명체입니다. 영하 270도 이하 차가운 온도와 150도가 넘는 고열도 견디는데다, 산소가 없는 진공상태에서도 끄떡없습니다. 물이 없이도 10년 가까이 살 수 있고, 심지어 강한 방사선을 맞아도 살아남습니다. 사람은 10그레이(㏉·방사선 에너지 흡수량 단위)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수일 내로 목숨을 잃습니다. 생명력이 강한 미생물도 200㏉면 죽지만 물곰은 5700㏉에서도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물곰의 이런 특성은 특정 '단백질' 덕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6년 일본 도쿄대, 홋카이도대 공동연구팀은 물곰의 단백질 중 유독 많은 'Dsup'이 유전자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죠. 물곰의 단백질은 유전자를 이루는 물질인 DNA와 결합하는데 단백질이 있을 경우 방사선에 노출돼도 DNA가 부서지는 양이 40% 감소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물곰의 이 단백질을 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돌연변이' 우주비행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방사선에 강한 물곰 특징을 이용하면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더 나아가 방사선으로부터 우주비행사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쌍둥이 우주비행사 스콧과 마크 켈리를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 크리스 메이슨 미국 코넬 의과대학교 교수는 2016년 일본 연구팀의 물곰 연구에 기반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 이같은 유전자 편집 연구는 배아 연구처럼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죠.

매일경제

화성 개척에 성공해 정착한 인류는 이런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사진=NAS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메이슨 교수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10~20년 안에 유전자 조작한 우주비행사들을 만들 계획은 없다"며 "순수한 연구를 20년 정도 더 하고 특정 기능들에 대해서 규명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 20년 뒤엔 아마도 화성에서 살아남기 더 적합한 인류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답할 수 있는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