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성 가진 데이터, 보안 우려 여전
금융회사, 판매 위해 사전 준비 필요
"대표성 데이터 찾고 스토리 입혀야"
관련 업계, 시행령 확정 앞두고 긴장
[사진=뉴시스]김영기 금융보안원장. (사진=뉴시스 DB) 2020.05.31. photo@newsis.com |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흔히 데이터를 21세기 원유라고 하는데, 원유 가격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져서도 그렇지만 보안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요즘 데이터를 플루토늄이라고도 부릅니다. 잘 쓰면 원자력이지만 악용하면 원자폭탄을 만들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으니깐요. 양면성을 가진 게 데이터입니다."
금융데이터 거래소를 구축하는데 기여한 김영기 금융보안원장의 말이다. 거래소 출범으로 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데이터 유출 등 보안 우려가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하반기 데이터전문기관 지정을 앞두고 있는데, 이들 기관이 담당하는 데이터 결합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금융보안원은 이 과정에서 거래소가 데이터 결합, 가격 체계, 분석 도구, 유통데이터 표준화, 암호화 송수신 등 역할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 원장은 "금융회사들이 데이터를 판다고 해서 바로 팔 수 있는 건 아니고 표준화작업을 해야 한다"며 "정제해서 필요한 양식에 맞게 올리고 데이터가 오갈 때도 암호화된 기술로 이뤄져서 각 회사들도 내부적으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소 활성화되려면…양질 데이터 집적, 재생산
김 원장은 금융데이터 거래소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일단 방대한 데이터와 고품질 상품이 등록돼야 수요자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걸어다니는 것도, 차를 타는 것도 모아놓으면 다 데이터가 된다. 우리 일상생활 모든 게 다 데이터고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이 왔다"며 "유통을 위한 생태계가 갖춰지고 활성화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흩어진 정보를 모아 새로운 스토리를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학배 연세대 통계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연세·IBM 사업단장)는 "구글이 전세계에 존재하는 정보 2%로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이제까지 놓쳐버린 데이터들로 할 수 있는게 다양한데, 데이터화를 못 시킨 것"이라며 "비지니스 관점보다는 엔지니어적, 인문학적 관점으로 보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10년 전에는 이메일을 전자우편이라고 했고,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하는 데 있어 신임을 못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이제는 기계로 대화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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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성 있는 데이터 찾아라" 타 업종 결합 전제조건
김철기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도 당장의 수익을 내기 위한 비지니스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내부적으로 은행의 코어(핵심)데이터는 뭐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며 "데이터산업이 활성화돼서 (우리 데이터를) 다른 업종에 보였을 때 좋은 스토리가 나올까. 또는 기존 고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상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고 언급했다.
금융회사들이 다른 업종 데이터와의 결합으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대표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도 했다. 김 본부장은 "운좋게도 신한은행은 일찍부터 데이터사업을 준비하면서 통계자료 등을 보고 대표성을 갖췄다는 걸 확인했는데, 그렇지 않은 금융회사는 당장 데이터 거래에 뛰어들기 힘들 수 있다"며 "대형 은행이나 지역 거점 은행이 보유한 데이터는 각각 대표성이 있기 때문에 은행끼리 결합하는 것보다 다른 업종과 결합하는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오는 8월 데이터3법 시행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관건은 시행령이다. 법에서 큰 틀을 정하고 구체적인 규제 범위는 시행령에서 정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3법이 통과됐더라도 시행령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하나 마나 할 것"이라며 "핀테크업체들을 비롯해 관심 기업들이 일단 시행령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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