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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정훈의 마켓워치]<6>`유통공룡` 월마트의 코로나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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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공룡` 월마트의 인상적인 2~4월 깜짝실적

FY20 4분기 매출 8.6%, 순익 3.9%↑…유통강자중 최고

4배나 급증한 신규고객…온라인·매장픽업으로 `대박`

쓰레드업과 파트너십…온라인쇼핑 외연확장 잰걸음

본격화한 마진 압박…외형성장→수익성회복이 관건

이데일리

월마트의 연도별 매출과 EBITDA 추이 (단위:100만달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이미 가열되고 있던 유통업계 변화의 흐름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의 몰락과 온라인(이커머스)의 부상이라는 극명한 양극화는 유통업체들에게도 발빠른 변신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게 양상입니다.

그리고 유통의 본고장 미국에서 이런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속도는 숨이 가쁠 정도입니다. 그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유통공룡` 월마트(Walmart)의 최근 스토리는 극적이기까지 합니다. 4월 결산법인인 월마트에게는 2020회계연도(FY2020)의 4분기였던 올 2~4월 실적을 중심으로 월마트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 4분기는 월마트에게 아주 의미있는 분기였습니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오프라인 유통의 최강자인 월마트가 이커머스 최고 강자인 아마존과 어떻게 경쟁하고 있는지 그 전략이 여실히 입증된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FY2020 4분기 월마트의 실적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단 헤드라인 실적 지표가 서프라이즈였습니다. 4분기 중 월마트의 총 매출액은 1346억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8.6% 증가했습니다. 순이익도 4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9% 늘었습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을 뛰어 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아마존과 홈디포, 타깃 등 쟁쟁한 경쟁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 기간에 순이익이 늘어난 겁니다. 참고로 아마존은 이번 분기 순이익이 30%나 쪼그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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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내 소매 지출, 오프라인과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매출 추이




월마트의 4분기 실적 세부내역은 더 고무적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 내 방문 고객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점포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0%나 늘었습니다. 이커머스 매출은 무려 74%나 늘었구요, 창고형 회원제 매장인 샘스클럽 매출도 12% 증가했습니다.

덕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직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3월 중순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미국 내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이 기간 중 신규 고객이 무려 4배 가까이 늘어났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월마트에서 첫 구매 이후 반복적으로 쇼핑을 했다”며 실적 개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사실 월마트는 최근 몇년간 이커머스가 대세가 되면서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렸고, 급기야 마진을 희생하면서 매출부터 늘리겠다는 쪽으로 영업전략을 급선회했습니다. 또 당장의 순이익 감소를 감내하고서라도 아마존에 맞서기 위한 이커머스 투자를 지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매출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순이익은 계속 줄면서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은 바닥을 찍어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능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더디지만 월마트의 이커머스 전략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번 4분기를 포함한 FY2020 전체로 월마트 매출은 5240억달러로 전년대비 2% 성장하는데 그쳤지만 이커머스 매출은 35%나 성장해 본사 전체 매출의 8%까지 늘었습니다. 급기야 아마존에 대항하겠다며 지난 2016년에 33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제트닷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이커머스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만큼 월마트닷컴이라는 단일한 브랜드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른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월마트는 눈치 보지 않고 아마존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연회비 98달러(원화 약 11만9000원)를 내면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무제한 배달서비스를 제공해 주는데요. 식료품뿐 아니라 필수생활용품, 전자제품 등을 주문한지 2시간 내에 집으로 가져다줍니다. 지난달까지는 미국 내 약 100개 점포에서만 시범적으로 서비스했지만 이달 중 1000개, 2000개로 매장을 계속 늘릴 계획입니다.

아마존만 해도 특급배송서비스를 위해 막대한 물류센터 건설이라는 투자를 감내해야 했지만, 미국 인구의 90%가 월마트 매장에서 10마일(16㎞) 이내에 산다고 할 정도로 촘촘한 공급망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월마트로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제니 화이트사이드 월마트 최고고객책임자(CCO)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쇼핑방식이 급격히 바뀐 걸 감안해 서비스 확대 시행을 더 앞당겼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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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에 있는 한 월마트 매장의 픽업서비스 전용공간




또 하나의 이커머스 성장 비결은 식료품 매장픽업서비스입니다. 코로나19에도 밥은 먹어야 하니 식료품 구입은 절대 줄일 수 없을테니 월마트는 이 부문을 집중 공략하기로 한 겁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강화되다 보니 월마트는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한 뒤 가까운 매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물건을 픽업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한 뒤 가까운 매장에 차를 몰고 가면 직원들이 물건을 직접 트렁크에 실어주는 식입니다. 월마트는 배송비를 아낄 수 있고 소비자는 배송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야채나 과일, 고기와 같은 신선제품은 눈으로 직접 보고 구입하길 원한다는 점, 미국 내에만 매장이 5000개 이상이고 넓디넓은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코로나19로 인해 삶이 팍팍해지니 배송서비스 비용이라도 아끼고 싶어한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이 보기 좋게 맞아 떨어졌습니다. 월마트가 세부내용을 공개하진 않고 있지만, 월가 추정대로라면 월마트 온라인 쇼핑객 절반 가까이가 이 픽업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전략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그 뻣뻣한 아마존도 이를 본 따 얼마 전부터 자신들이 인수한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인 홀푸드 500여개 매장 중 150곳에서 이 픽업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아마존이 월마트의 전략을 따라온 건 사실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 기세를 몰아 월마트는 이커머스에 더 속도를 낸다는 계획입니다. 우선 월마트가 아마존에 비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독자적 성장(Organic Growth) 전략을 버리고 과감하게 외부업체과 손도 잡았습니다. 그 주인공은 미국 최대 온라인 중고의류업체인 쓰레드업(ThredUp)인데요. 이 업체를 월마트닷컴에 입점시켰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은 가계가 중고의류 구매를 늘리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앞으로는 일반 공산품이나 가정용품, 전자제품까지 온라인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겁니다. 식료품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기 때문입니다. 맥밀런 CEO는 “우리는 온라인부문에서 공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며 이커머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특히 2시간 내 특급배송이나 매장픽업서비스 등 종전엔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방대한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디지털에 결합시키는 전략은 아마존을 긴장시킬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 덕인지 이익이 계속 줄어드는 와중에도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면서 올 들어선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수익성이죠. 월마트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3월에 시간제 근로자 23만5000명을 추가 고용했고 초과근무나 위험근무 수당을 더 늘렸습니다. 방역비용도 증가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성 압박요인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실제 4분기 월마트의 EBITDA 마진은 4.8%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보다 31bp나 줄었습니다. FY2020 연간으로도 영업마진은 3.9%로, 최근 10년간 평균인 5~6%에 비해 훨씬 낮아졌습니다. 외형 성장을 어떻게 수익성 회복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가 월마트의 남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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