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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온라인 대세 속 오프라인 매장의 진화… 출시 전 체험 기회 제공, 맞춤형 제품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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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의 온라인화가 가속화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기대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능이 ‘체험’이다. 이커머스의 발달로 매장에서는 제품을 구경하고 판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글로벌 스포츠의류 브랜드 ‘나이키’는 앞으로 대부분의 오프라인 채널을 체험형 매장으로 전환하고 판매는 모바일이나 웹으로 진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상품을 판매함과 동시에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제품들을 전시하는 매장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판매자들에게는 제품에 대한 초기 시장 반응을 가늠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된다. 소비자들은 희소성 있는 제품들을 출시 전에 체험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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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와디즈 외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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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이란 갈증에 오프라인 매장 낸 온라인 펀딩 플랫폼

지난 5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전용면적 343평(1133㎡)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화이트 계열의 깔끔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와디즈 측은 제조업의 성지였던 성수동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기존에 인쇄소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하면서 건물이 지닌 느낌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한다. 와디즈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공간은 1층 ‘스페이스’다. 이곳에는 펀딩을 진행 중이거나 오픈 예정인 상품들이 전시된다. 패션·뷰티·IT·리빙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들이 전시돼 서포터(펀딩에 참여하거나 프로젝트를 응원하는 사람들)가 자유롭게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다.

아직 탄생하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로 펀딩을 받는 와디즈의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그간 서포터들이 ‘제품을 실제로 사용해보고 싶다’는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펀딩을 진행하는 메이커들이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나 영상을 펀딩 페이지에 게시해 서포터들의 갈증을 풀어주고자 노력하지만 어느 정도의 한계는 존재했던 것이다. 공간 와디즈는 체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탄생했다.

와디즈는 공간 와디즈를 위해 조직 구성부터 달리했다. 와디즈에서는 일반 유통채널에서 판매할 상품을 고르고 구매하는 MD(상품기획자)의 역할을 PD가 한다. 이들의 역할은 와디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 제작자들을 발굴하는 것이다. 기존에 판매되던 상품도 스펙을 달리해 ‘차세대 버전’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라인으로 확장하는 등의 차별점을 둬야만 와디즈에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와디즈 전체 직원 200여 명 중 30명가량이 PD일 만큼 와디즈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직책이란 설명이다.

공간 와디즈를 만들면서 이곳만을 위한 PD들이 생겼다. 이들은 리워드(상품)가 오프라인 전시에서 얼마나 매력도가 있을지를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 덕분에 공간 와디즈 곳곳은 냉감 소재로 만든 의류, 기능성 손톱깎기, 중량을 조절할 수 있는 근력운동 기구 등 직접 체험했을 때 매력이 더 잘 드러나는 상품들로 가득하다. 와디즈 관계자는 “이외에도 펀딩에 성공한 이력, 온라인상에서 메이커와의 소통지수, 배송 등의 여러 기준을 거쳐 스페이스 입점 메이커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2층 ‘플레이스’는 이미 펀딩을 마친 제품들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펀딩이 아닌 리워드를 판매하는 공간이 생긴 것은 이 플랫폼 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와디즈 관계자는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친 리워드들도 마케팅 비용이나 유통 수수료 등을 부담할 수 없어 기존 유통채널 입점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그런 메이커들에게도 지속적으로 판매 채널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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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내에 위치한 ‘메이커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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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감지·얼굴 인식 카메라로 고객 반응 인식하는 오프라인 매장

롯데하이마트도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메가스토어를 오픈하면서 ‘메이커스랩’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15평 규모로 자리 잡은 이곳에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포함한 총 22개 업체의 실험적인 상품들이 입점해 있다. 이 중 방문 고객들이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메이커스랩의 진가는 매장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드러난다.

메이커스랩 천장에는 열 감지 카메라 7대와, 얼굴 인식 카메라 1대가 설치돼 있다. 카메라들은 메이커스랩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연령대와 성별 등을 파악해 ‘어떤 구역에 어느 정도의 사람이 몇 분을 체류하는지’, ‘사람의 연령과 성별은 어떻게 되는지’를 데이터화한다. 제품마다 설치된 태블릿 PC도 특징이다. 태블릿 PC에는 제품과 제작사에 대한 설명은 물론 제작사들이 고객들에게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설문조사 문항이 들어가 있다. 메이커스랩 관계자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하기 전 시장의 반응을 먼저 살피고 싶어 하지만 그럴 기회가 적다”며 “고객들의 초기 반응을 살필 수 있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에게도 기회를 열어주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매장 오픈 이후 지난 5월 11일까지 약 2만 명의 고객이 메이커스랩을 방문했다. 하루 평균 150명이 다녀간 셈이다. 이 중 남성과 여성의 비중은 24:76 이다. 20대와 30대 젊은 고객층이 7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이마트를 방문하는 평균 고객층이 304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메이커스랩이 보다 젊은 고객들을 유인하는 매장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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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와디즈 1층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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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 자체적으로도 메이커스랩을 통해 색다른 발견들을 많이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이커스랩은 1기 운영을 마무리하고 최근 2기 모집을 준비하고 있다. 메이커스랩 관계자는 “(1기 운영을 통해) 매장에 체류하는 시간이 매출과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거나, 실험적인 공간에서는 기존의 상품 구획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하이마트 매장이 대형가전·소형가전·라이프스타일 등으로 매장을 구획하는 것처럼 메이커스랩도 이 방식을 따랐는데, 소비자들의 체류시간이나 반응이 특정 구역에서 동질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롯데하이마트 측은 소비자들의 행동패턴이 보다 구체적이고 취향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체험형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제품 스펙도 변화시킨다

공간 와디즈, 메이커스랩에 입점한 기업들은 그 효과를 단순히 판매량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제품을 확인하고 사용한 고객들이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 그 이후 생산되는 제품에 변화가 생겼고,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고객과 더욱 다층면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공간 와디즈에 입점한 ‘크래프터 코리아’의 박준석 대표(31)는 “20~30년 동안 고정됐다고 생각한 시장 외에도 새로운 기회가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크래프터 코리아는 1972년 ‘성음악기’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기타 제작사다. 크래프터 코리아가 이번에 펀딩한 프로젝트는 마호가니 기타였다. 일반 통기타에 비해 중음이 돋보이며 따스하고 포근한 음색이 구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박 대표는 “(마호가니 기타가) 마니아층의 확실한 지지는 있지만 비주류의 악기라, 처음 제품 제작을 제안했을 때 기존 유통망에서 반대가 많았다”며 “새로운 유통 방법을 고민하다가 시도한 것이 와디즈였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부터 펀딩을 시작한 크래프터 코리아는 5월 17일 기준 목표금액 2880%인 2억8800만원 모금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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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와디즈 2층 메이커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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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오프라인에서 서포터들이 제품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었던 점이 펀딩에서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온라인에서 펀딩을 할지말지 망설였던 서포터들이 현장에 와 확신을 가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원래 펀딩을 마음먹었던 서포터들이 브랜드를 통해 더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그는 “기타를 살 때 보통 체구가 작은 여성들은 보디가 작은 기타를, 남성은 큰 기타를 사시는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에서는 크기를 체감 못하시다가 오프라인에서 직접 기타를 메어 보시고는 주문한 사이즈를 바꾸시는 분들이 계셨다”고 말했다.

공간 와디즈에서 받은 피드백을 통해 제품 스펙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타 목 측면에는 연주자들이 핑거보드 위에서 더 편하게 코드를 짚을 수 있도록 위치를 표시하는 ‘사이드닷’이 있다.

크래프터 코리아 측은 당초 밝은 색으로 사이드닷을 만드는 것이 디자인상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제작하려고 계획했다. 그런데 공간 와디즈를 찾은 한 서포터가 “바탕도 밝은데 사이드닷까지 밝은 색이니 잘 보이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줬다. 이 피드백은 그대로 반영돼 펀딩 이후 제작될 마호가니 기타에는 어두운 색상의 사이드닷이 탑재될 예정이다. 메이커가 100% 완성했다고 생각하고 내 놓은 제품이 소비자의 피드백을 통해 110% 완성도를 지닌 상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했다는 사실 자체가 제품의 신뢰도 제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반응도 있다.

디지털 메이크업 솔루션 ‘프링커’는 일시적인 문신을 직접 할 수 있는 기기와 앱을 제공한다. 화장품 성분으로 구성돼 있어 아이들도 안전하게 쓸 수 있으며, 원하는 문신 디자인을 프링커 앱에서 다운로드 받거나 직접 업로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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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와디즈에 입점한 메이커 ‘크래프터 코리아’가 선보인 마호가니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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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식 프링커 이사(40)는 “프링커가 자사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없다보니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한번 써 볼 수 있냐’고 문의하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이커스랩에 입점한 이후로는 그러한 문의가 올 때마다 잠실 메가스토어로 안내하면 돼 제품의 신뢰도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프링커와 같은 제품은 사용 방법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판매의 핵심이다. 제품의 성능이 좋더라도 작동법을 제대로 모르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이는 상품 자체에 대한 만족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메이커스랩에서 다수의 소비자들이 실제로 프링커를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점은 큰 수확이었다.

윤 이사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관찰하면서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프링커 사용법을 더 쉽고 직관적으로 터득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 결과 리플렛을 추가하고 애플리케이션을 보다 직관적으로 만드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섬유에 뿌리는 향수를 펀딩한 ‘매쉬’, 친환경 코팅 물질을 이용해 음식이 들러붙지 않는 프라이팬을 개발한 ‘쿠펜’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체험의 힘을 빌어 많은 소비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물론 이들 매장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공간 와디즈와 메이커스랩에 입점한 메이커들은 브랜드에 대한 스토리, 사용 방법이 세심하게 소비자에게 전달돼야 하는 상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온도·습도 등 제품 보관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많아야 3~4명의 상주 직원들이 이 모든 기능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입점한 메이커들은 “상주 직원들이 제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계시지만, 제품 보관 상태에 대해서까지 ‘우리 물건만 좀 더 신경을 써 달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두 매장은 각각 QR코드와 태블릿 PC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모바일 기기로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마저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메이커스랩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어떻게 하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제품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선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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