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스틸 미 외교협회 국제경제국장 "1단계 무역협정 사망 코로나19로 빨라져"
"美 제조업 리쇼어링, 자국 제조업 경쟁력만 깍아먹어"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배분 국제정세 중요변수"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벤 스틸 미국외교협회(CRF) 선임연구원 겸 국제경제국장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으로 최악으로 치닫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이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월 양국이 맺은 1단계 무역 합의에 대해서도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벤 스틸 미 외교협회 국제경제국장 |
스틸 국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하고 미ㆍ중 갈등이 향후 국제 정세 등에 심각한 악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틸 국장이 몸담고 있는 CRF는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미국 내 영향력을 인정받는 싱크탱크로 외교 정책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도 발행한다. 그는 CRF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며 국제 정치 문제와 경제의 연계점 등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스틸 국장은 1단계 미ㆍ중 무역 합의가 사실상 사망 선고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실패한 협상자로 낙인 찍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1단계 무역 협정을 당장 파기하는 데 집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협정은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1월 합의 직후부터 미ㆍ중 관계의 '허니문'은 곧 깨질 것임을 예견해왔다. 당시에는 이 협정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해 깨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미ㆍ중의 결별 예상 시점을 6개월 이상 당겼다. 이 때문에 그는 1단계 무역 협정을 "깨지기 위한 타협"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스틸 국장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ㆍ중 관계가 조속히 회복 단계에 들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면 중국에 대한 공세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할 것이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돼도 크게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인 상당수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기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스틸 국장은 "코로나19발 위기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트럼프 행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을 더욱 강하게 추진토록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정책은 철강 등 쇠퇴하는 미국 산업을 돕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미국 수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만 깎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체계 개편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의 대외 정책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덩샤오핑 전 주석의 도광양회(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힘을 기름) 원칙을 따르지 않았다가 서방 세계의 거센 반발을 사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코로나19가 중국 공산당이 세계 권력과 영향력의 중심에 서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음을 전 세계에 드러낸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스틸 국장은 미ㆍ중의 패권 경쟁과 갈등이 궁극적으로 경제와 안보 환경의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도 단기적으로 뚜렷한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배분도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스틸 국장은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향후 국제 협력 개선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벤 스틸 국장은? 미국외교협회(CFR)에 근무하며 협회의 경제 블로그인 지오그래픽스 운영을 맡고 있다. 국제 금융과 통화 정책, 경제사 등 경제 분야 전문가로, 미 의회에도 조언하고 있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런던 소재 왕립국제문제연구소에서 경험을 쌓았다.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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