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9월, 중국 윈난성 쑹산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미·중 연합군에 의해 구출되는 영상을 KBS가 발굴해 보도했다. '만삭의 위안부'로 잘 알려진 고(故) 박영심 할머니가 연합군에 구조된 후 만세를 부르는 모습. 사진 KBS=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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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박영심 할머니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소에서 구출될 당시 모습이 촬영된 미국 국립기록관리청(NARA) 기록 영상이 28일 KBS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당시 처참했던 위안소의 풍경이 고스란히 잡혔다.
KBS는 이날 오후 ‘9시 뉴스’를 통해 54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 소속 사진병이었던 에드워드 페이 병장이 1944년 9월 7일 중국 윈난성 쑹산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소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영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고 박영심 할머니다. 박 할머니는 2000년 ‘만삭의 위안부’로 세간에 알려진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밝힌 뒤 북한에서 일제 만행을 고발하다 2006년 평양에서 숨을 거뒀다.
박 할머니는 1921년 평안남도 남포에서 태어나 17살이던 1939년 잡부를 모집한다는 일본 경찰에 속아 중국 난징으로 끌려갔다. 이후 미얀마와 윈난성 등지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지난해 2월 공개한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의 모습을 담은 3장의 사진 중 하나. 1944년 9월 3일 촬영된 사진으로 '만삭의 위안부'로 알려진 고 박영심 할머니(맨 오른쪽). 사진 서울시·서울대 정진성 연구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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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여성의 모습과 사진 속 박 할머니의 모습이 같다. KBS에 따르면 이 영상은 박 할머니와 다른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군 진지를 탈출하다 미중 연합군에게 발견됐을 당시 촬영됐다.
영상에서 박 할머니는 사진과 같이 만삭의 몸으로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긴장을 푼 듯 “만세”라고 외친다. 박 할머니 이외 다른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모습도 담겼다. 국정 불명의 여성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가 군인들에 일으켜졌는데 얼굴 한쪽이 심하게 부어있다.
KBS 측은 “역사 기록을 토대로 당시 중국 쑹산에 위안부가 24명이 있었다. 이 중 생존한 위안부는 10명”이라며 “대부분 조선인 위안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서울대 연구팀이 발견한 18초 분량의 일본군 위안부 영상 보다 긴 데다 당시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KBS 측이 밝혔다.
박광수 기자 park.kwna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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