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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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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조원 '코로나 기금' 조성한 EU…"각자도생 아닌 협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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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하나의 유럽을 보여줄 때"

5000억유로 상환 부담 적은 형태로 지급

기금 출범 위해 27개 회원국 동의 필요

북유럽 국가 반발 여전…합의에 난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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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27일 브뤼셀의 제2 유럽의회 총회에서 코로나 회복기금 창설안을 발표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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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을 복구하기 위해 7500억 유로(1025조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겠다고 27일(현지 시간)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며 각자도생의 국면이 짙어지는 탈(脫)세계화 조짐을 뒤엎고 범유럽 협력을 도모하려는 의도에서다. 다만, 부유한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반발이 만만치 않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7500억 유로 구제 기금이 포함된 2021년~2027년 유럽연합 장기 예산안(MFF)을 발표했다. 이는 앞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8일 정상회담을 통해 제안한 5000억 유로보다 큰 규모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EU 회원국의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유럽이 나설 때”라며 “바이러스 확산 피해는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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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8일 정상회담을 통해 5000억 유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제안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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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이는 EU 역대 최대 규모의 부양책이 될 전망이다. EU 집행위는 해당 기금과 더불어 EU의 장기 예산안 규모를 1조1000억 유로로 강화하면, EU 예산의 재정 능력이 약 1조8500억 유로(2528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27개 회원국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유럽의회의 비준도 받아야 한다.

문제는 기금 지원 방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금의 3분의 2인 5000억 유로는 보조금(grant) 형태로, 나머지 2500억 유로는 대출(loan)로 지원될 방침이다. 보조금은 대출 보다 상환 의무가 덜하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스페인은 물론 그리스·프랑스·포르투갈 등 국가채무 비율이 높은 나라는 보조금을 선호하고 오스트리아·네덜란드·덴마크·스웨덴 등 보다 재정이 알찬 나라들은 이자를 붙여 상환하는 대출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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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의 제안은 유럽 전체 신용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국가를 지원하려는 방식이기 때문에 부유한 국가를 중심으로 반발이 예상된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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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EU 집행위의 제안은 EU 전체의 신용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해 재정 상황이 악화된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의 국가에 무상지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U의 제안은 EU 예산의 구조적인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회원국들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EU 관계자들은 이번 예산안을 2021년 1월 1일 시작하는 EU 예산과 관련된 만큼 앞으로 있을 예산 협상 과정에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오래된 편견을 버리길 바란다”며 “이번 합의에 실패한다면 EU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회원국의 협력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또 한 번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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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에 맞서 이탈리아인들을 돕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폴란드 의사들. EU의 연대의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처음의 혼란을 딛고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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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ING 은행의 수석 경제학자 가스텐브레스키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문제는 반대파 국가(북유럽)들이 얼마나 격렬하게 나올지에 달려 있다”며 “위원회의 이번 제안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27개 회원국 모두 이 제안에 동의해야 하는데, 협상 과정에서 정치적 긴장을 최대로 증폭시키고 EU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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