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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커피 1잔에 제주도, 치킨 2마리에 필리핀 간다… 항공사들 출혈전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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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우려 아직 크지만… 경영난 못 버티는 항공사들, 잇따라 하늘길 열어
인천~마닐라 3만원, 김포~제주 4500원 특가 나와 "띄울수록 손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4개월째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고 있는 항공업계가 성수기를 앞두고 초저가 폭탄 세일에 나섰다. 탑승객 선점을 위해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 가는 편도 항공권을 4500원에 파는 사례까지 나왔다. 항공업계에서는 항공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항공권을 저가로 남발하는 단발성 증편은 공멸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저렴한 항공권이 대량으로 풀리고 있다. 다음달부터 인천~마닐라 노선 운항을 재개하는 제주항공(089590)은 이 노선의 7월 최저 운임을 3만원으로 책정해 판매하고 있다. 9월부터 사용할 수 있는 인천~도쿄 노선 편도 항공권을 3만6000원(유류할증료 등 포함)에, 인천~괌 노선 항공권을 5만7600원에 판매하는 할인 행사도 시작했다.

에어부산(298690)은 성수기인 7~8월에 이용할 수 있는 일본 노선 항공권을 3만5000원에, 동남아 노선을 4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부산~홍콩, 부산~마카오 노선 등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 노선에 다시 비행기를 띄우기로 하면서 여객 몰이에 나선 것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10년 전 가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저렴한 항공권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이 가격으론 자리가 꽉 찬다고 해도 적자를 보지만 비행기를 세워둘 바엔 차라리 바퀴라도 굴려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선에 대해서도 최저가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6월 김포~제주 노선 최저가를 4500원에 책정했다. 진에어(272450)의 6월 김포~제주 노선 항공 운임 역시 최저 6300원에 불과하다. 에어부산은 6월 부산~제주, 김포~제주, 부산~김포 등 노선의 편도 가격을 8000원부터 판매 중이다.

성수기인 7~8월에도 일부 제주 노선 항공 운임은 1만원대를 보이고 있다. 가령 티웨이항공은 7~8월 평일 김포~제주 노선 운임을 최저가 1만4500원에 내놨다. 이 기간 진에어도 김포~제주 노선을 최저 1만원으로 판매 중이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고 빗장을 풀지 않은 국가가 대부분이라 여객 수요 회복을 기대하긴 이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2일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발령한 특별여행주의보를 다음달 19일까지로 연장했다. 28일에는 수도권에 한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귀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항공 수요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6개 저비용항공사(LCC)가 출혈 경쟁을 벌이는 건 시장 재편을 앞당길 뿐이라는 비관 섞인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기준에 LCC 대부분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LCC 1~2위만 남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머지않아 일부 항공사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자본 잠식이 심해지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작업이 지연될수록 두 회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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