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미국인, 영화 '주전장' 통해 위안부 문제 집중 조명
강제징용 부정하고 자발적 참여로 호도하는 우익 세력
日우익 대표 인사 "韓, 꼬마가 시끄럽게 구는 것처럼 귀여워"
(사진=영화 주전장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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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이후 부실 회계와 공금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도 윤 당선인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두문불출하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자 극우 성향의 사람들은 위안부 문제는 집단 사기극이고 피해자들도 사기단의 일원이라는 가짜 뉴스까지 만들어내며 위안부를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정의연과 윤 당선인에 대한 의혹은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법적인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 때문에 위안부 해결을 위한 움직임에 제동이 걸려서는 안 된다. 일본은 이번 사태를 빌미로 자신들이 범했던 행동을 부정하며 위안부 왜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의혹 규명과 위안부 문제 해결은 결이 다른 사안이다. 아직도 당시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할머니들이 있다. 이분들의 한(恨)을 풀기 위해서라도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공식 사과와 피해 보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의연, 윤 당선인 사태로 인해 위안부 문제 해결이 뒤로 밀려서도 안 된다.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를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들로 인해 문제 해결은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 의식을 담은 영화 '주전장'이 정의연 사태를 맞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해 개봉 당시에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지만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영화 내용이 크게 회자되지는 않았다.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 우익 또는 민족주의자,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왜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숨기고 싶어하는지를 쫓아가는 과정을 영화에 담아내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실을 찾고자 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주전장' 메인 포스터. |
◇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매도하는 민족주의자들
데자키 감독은 영화를 통해 크게 3가지의 오해를 풀어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일본군의 위안부 개입 여부와 위안부의 자발적 참여 여부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움직임은 지난 1991년 8월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증언하면서부터다. 일본의 역사가 요시미 요시아키씨는 이 증언을 토대로 위안부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고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일본군이 위안부 소집에 깊게 관여했다고 밝혔다.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위안소가 설치됐으며 위안소의 설치·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일본군이 관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인정에도 불구하고 일본내 소위 민족주의자들은 '고노 담화'를 강하게 부정했다.
영화에 인터뷰이로 나온 스기타 미오(자민당)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 외에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근데 이같은 증언도 계속 바뀌고 있다. 번복되는 증언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극우단체인 나데시코 액션의 야마모토 유미코는 "가족의 빚 등의 이유를 이 일을 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며 "때문에 일본군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돈을 받았고, 일정의 외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매춘이라고 주장하는 민족주의자들. 당시 받았던 금액은 터무니 없이 적었지만 민족주의자들은 집 5채나 살 수 있었다고 억지를 부린다. 이에 일본 여성인권단체의 와타나베 미나씨는 "설령 1억엔을 받았다 해도 성노예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라며 "자유를 빼앗긴 채 계속 좋지 않은 일을 겪어야 했는데 그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왜 성노예라고 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반박했다.
(사진=영화 주전장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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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 또 부정…위안부 피해자는 20만명이 아니다?
일본 민족주의자들은 20만명으로 알려진 위안부의 숫자를 부정한다.
당시 일본군은 100명당 1명의 위안부를 둔 위안소를 운영했다고 주장한다. 일본을 찬양하는 유튜브 콘텐츠로 일본 우익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미국인 토니 머라노(별칭 텍사스 대디)의 매니저인 후지키 슌이치씨는 대륙에 주둔했던 일본군은 150만명 가량이라며 "위안부들이 주장하듯이 하루에 20~40번까지 관계를 강제당했다면 일본군은 1천만명이 돼야 한다"는 말로 위안부 숫자가 터무니 없이 높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역사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위안소가 운영되면서 인원이 계속해서 교체됐기 때문에 인원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또 공식적인 위안소가 아닌 누군가의 집을 몰래 이용하며 군인들이 교대로 여성을 겁탈했기 때문에 숨겨진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데키 감독은 위안부 피해자 수치에 대해 신중을 기할 문제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20만명이라는 숫자는 해당 문제를 두고 대립하는 양측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면서도 민족주의자들은 이 숫자와 관련해 자신들이 무엇을 말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풀이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수치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추산치 사용에는 주의가 따른다고 전했다.
(사진=영화 주전장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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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사죄했나?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여러차레 사죄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표면적인 사죄는 몇 차례 이뤄진 것은 사실이나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일본의 정치학 교수 나카노 코이치씨는 "일본 정부가 그들의 편의대로 무시하고 있는 것은 사죄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행동을 동시에 일삼고 있다는 것"이라며 도쿄 전범 재판소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A급 전범의 위령이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을 이같은 행동으로 꼽았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마치 독일 총리가 히틀러의 묘지를 참배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1988년 시민적 자유법을 만들어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계 주민 12만명을 이주센터로 수용한 문제를 두고 생존자 6만명에게 사과하고 법적 배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일본계라는 이유로 강제수용돼 짓밟힌 피해자들의 인권에 대한 사죄와 보상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진정성이 담긴 사과가 아닌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이내 태도를 바꾸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특히 일본 우익 단체의 수장으로 불리는 일본회의 의원 연맹의 카세 히데아키 본부장은 많은 이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에 대해 "'포르노' 같은 매력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라는 막말과 '난징 대학살'은 중국이 꾸며낸 이야기라고 강조하고 "중국은 조만간 붕괴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일본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순간부터 가장 친일적인 훌륭한 나라가 되는 것"이라는 억지 논리를 펼쳤다.
히데하키 본부장은 이어 "한국은 귀여운 나라다. 버릇없는 꼬마가 시끄럽게 구는 것처럼 정말 귀엽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한국을 일본의 속국으로 보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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