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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 부모들 걱정에도…첫 등교에 신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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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륜초 등교 현장]

코로나19 이후 초등학교서 첫 등교


한겨레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들이 등교 수업을 시작한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을 반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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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초등학교가 처음으로 등교개학을 시작한 27일 아침,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 앞은 오랜만에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 학교의 전교생은 680여명인데, 이날 3분의 1인 1~2학년들이 먼저 등교를 시작했다.

등교 지도를 하는 교사들이 교문에서부터 발열체크를 하고 손세정제를 나눠주느라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어린 학생들이다보니 등교를 시켜주는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손을 잡고 함께 기다렸다. 어떤 학생들은 ‘등교 축하’의 의미로 엄마가 사준 꽃다발을 손에 들고 있었다. 교사들은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이들을 맞이했다. 한 교사는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학생들을 반겼다. 바닥에는 ‘거리 띄우기’를 위한 발바닥 스티커를 붙여놨는데, 등교시간이 절정에 달하자 대기줄은 이보다 훨씬 더 길게 늘어섰다. 특히 처음으로 학교에 오는 1학년 학생들은 설렌 기색이 역력했다. 등에 멘 책가방보다도 더 큰 꾸러미를 손에 들고 있는 학생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만들기 자료 등 온라인 개학 동안 원격수업을 받으면서 생긴 과제물들과 교과서, 화장지 등 필수품들을 넣은 가방이었다. 한 1학년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 가서 선생님한테 보여줘야 한다며 잔뜩 들뜬 상태”라고 했다. 줄을 기다리는 동안 “선생님 말씀 잘 따라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신신당부를 하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평소 때라면 학부모들이 학교 안까지 들어갔겠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선 그럴 수가 없어서 학부모들은 교문 밖에서 “잘 다녀오라”며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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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들이 등교 수업을 시작한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앞에서 한 학생이 부모님에게 꽃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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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등교개학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게 우려는 되지만, 그렇다고 보내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2학년생 손녀를 데려다주러 온 이인용(가명)씨는 “딸 내외가 맞벌이 부부라 그동안 집에서 원격수업을 시키느라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온가족이 오늘 아침까지도 (학교에)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답이 없을 것 같아 일단 등교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첫째 손주는 4학년인데, 일단 오늘 상황이 어떤지 지켜보고 계속 등교 여부를 따져보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 2학년 학부모인 최아무개씨는 “학교에 보내는 게 우려돼, 원래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해 당분간 가정학습을 할까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코로나19 상황에 한해 학교에 등교하지 않아도 출석으로 인정하는 교외체험학습 프로그램에 가정학습도 사유로 인정해준 바 있다. 서울의 경우 최장 34일을 교외체험학습에 쓸 수 있도록 조처해둔 상태다. 다만 최씨는 “선생님들이 안전한 등교를 위해 방역 조처에 많은 애를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뒤에 생각을 바꿨다. 일단 학교를 믿고 있다”고 했다.

이 학교는 두 차례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학부모들과 가장 적합한 등교수업 방식 등에 대해 사전에 협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매일 등교’부터 ‘주1회 등교’까지 의견이 다양했는데, 그나마 좀 더 지지율이 높았던 ‘주2회 등교’ 방식으로 최종 결정했다. 1·3·5학년과 2·4·6학년이 격일로 일주일에 두 번 학교에 나오는 방식이다. 또 등교시간에 학생들이 몰리는 걸 피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학년별로 등교시간을 10분 간격으로 나눴다. 교실 안에는 안전한 재질로 만들어진 가림막을 설치하고, 학년별로 이동하는 동선을 나누기도 한다.

1학년 학부모이자 학교운영위원인 이란(30대 중반)씨는 “학교쪽 대처가 안 되어있다고 판단했으면 아이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에서 준비 상태 등을 사진으로 학부모들에게 공유하기도 했는데, 이 정도라면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등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마스크 착용 등 아이들이 불편함을 견딜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이 이미 생활이 된 측면이 있다. 큰 학생들보다는 어린 아이들일수록 (방역 지침 등에) 잘 따른다”고 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학교에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도 남겨놨다. 송파구의 경우 현재 지역사회에서 감염이 번지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 강서구처럼 확산이 된다면 학교가 문을 닫을 수도 있고 학부모들이 등교를 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가정학습 허용은 그런 경우를 위한 ‘히든 카드’라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상황이 나빠지면 ‘히든 카드’를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등교하는 학년은 유치원, 초등학교 1·2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등으로, 전국적인 규모는 237만명 정도다. 다음주인 6월3일에는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 6월8일에는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1학년이 등교한다.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제기된 서울 일부 지역과 경북 구미, 경기 부천 등에선 학교 단위, 또는 지역 단위로 등교수업을 미루거나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등 일정을 조정해둔 상태다. 앞으로도 확진자 발생 상황 등에 따라 등교수업 일정은 학교·지역별로 조정될 전망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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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들이 등교 수업을 시작한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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