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 /사진=김휘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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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어준씨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의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두고 이 할머니가 배후의 조종을 받는 듯하다고 지난 26일 주장했다. 앞서 이 할머니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용상 가자인권평화당 대표를 염두에 둔 추측이다.
일각에서는 김씨의 발언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 대신 여권을 겨냥한 음모론으로 해석하면서 여야 갈등의 불씨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가 이전에도 여타 사건들에 제기했던 '음모론'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그 연세 어르신들이 쓰는 용어가 아니다"라고 기자회견문 대필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회견문에 나온 '소수 명망가에 의존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정치권 용어"라는 설명이다.
김씨는 특히 "지금까지 할머니가 얘기한 것과 최 대표의 주장이 비슷하고 최 대표의 논리가 사전 기자회견문에도 등장한다"고 최 대표 등 측근 배후설을 주장했다.
김씨는 "이 할머니가 강제징용 피해자 운동에 위안부를 섞어서 이용했다고 하신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누군가 왜곡된 정보를 드렸고 그런 말을 옆에서 한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 할머니가 전날 회견에서 "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는 정신대 문제만 하지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했느냐"며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와 그 전신인 정대협 대표를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겨냥했다.
김씨는 할머니의 발언에 "뜬금없는 이야기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두 단어를 혼용해서 썼다"며 "정대협은 일관되게 위안부 문제에 집중했고 강제징용(정신대)을 주 이슈로 삼았던 단체는 따로 있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최 대표가 4·15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에 소수 정당 몫의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했던 점도 언급했다.
김씨는 "2012년 국회의원이 되려고 이 할머니가 새누리당과 민주당 비례 신청을 한 적이 있다. 그 일을 함께한 게 최 대표"라고도 말했다.
이 할머니의 윤 대표에 대한 의혹 제기가 정치적 목적이라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김씨가 이처럼 특정 사건에 대해 '여권을 공세하기 위한 음모론'이라는 시각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씨는 'n번방' 사건에 대한 미래통합당의 성명과 여권 내 '미투'(#MeToo·'나도 당했다'는 뜻의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 사건 등에 대해서도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한 적 있다. 수사가 필요한 사건에까지 정치 공작설을 제기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 부분이다.
4·15 총선 전인 지난달 초 텔레그램을 통한 미성년자 등 여성 성착취 범죄의 주범들이 잇달아 잡히면서 'n번방 사건'에 대한 수사 촉구가 이어졌다.
이를 두고 미래통합당이 "n번방 사건을 비롯한 각종 성범죄 사건과 전면전을 선포한다"는 논평을 발표하자 김씨는 자기 방송에서 "(정치공작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김씨는 당시에도 "미래통합당에서 우리 당에 n번방 연루자가 있다면 정계에서 완전 퇴출(시키겠다고 했는데). 이거 매우 이상한 메시지"라며 "더불어민주당의 n번방 연루자가 나올 테니 정계에서 완전 퇴출시키라는 이야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공작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 소재(n번방 연루 사건)를 놓친다는 것은 선거공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씨는 2018년 2월에도 자신이 진행한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미투 역시 '공작'에 이용된다는 주장을 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씨는 당시 "최근에 미투 운동과 같이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범죄 뉴스가 많다"며 "그런데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섹스는 주목도 높은 좋은 소재이고 진보적인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세력들이) 피해자들을 좀 준비시켜서 진보 매체에 등장시키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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