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국회미래연구원 공동기획]
21대 국회에 바란다 - 정병국 의원
보수정당의 ‘원조 소장파’ 정병국(62, 여주-양평) 미래통합당 의원이 5선을 끝으로 국회를 떠난다. 정 의원은 21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그는 “21대 국회에 진영논리에 충실한 강성 인사들이 다수 대두했다. 20대처럼 강대강 충돌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현안들 역시 그가 우려했던 것처럼 흘러간다는 진단이다. 정 의원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논란과 관련해선 “여당이 진영논리로 감싸는 건 결국 문재인 정권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권의 한명숙 전 총리 재조사 불지피기 역시 “막 가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Q : 21대 국회 전망은.
A : 5번 국회를 거치면서 최악의 국회는 20대 국회를 꼽을 수밖에 없다. 강대강의 대립. 21대 당선인들을 봐도 각 진영의 강성들이 많이 들어왔다. 진영논리에 충실한 사람들만 살아남는 현상이 굉장히 걱정스럽다.
Q : ‘동물국회’를 예상하나
A : 그냥 부딪치면 부러지고 깨지겠지만 ‘강대강’인만큼 서로 통하는 면이 있을 수 있다. 지향점이 각자 명확하다 보니 안 되는 건 제쳐놓는 거다. 여당은 177석, 야당은 103석 만큼의 권한만 행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하면 20대보단 나아질 거다.
Q : 벌써 '윤미향 전선'이 형성되는데
A : 윤 당선인을 옹호하려고 드는 건 177석 거대 여당의 오만함이다. 조국 사태 등을 보면 진영논리로 윤 당선인을 감싸는 것, 이게 결국은 정권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거다. 경고하고 싶다.
Q : 한명숙 전 총리 재조사도 여권에서 불을 지핀다
A : 막 가자는 거다. 한 전 총리가 의원 쪽수가 부족해 유죄 판단을 받았나.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그 결말이 어떻게 되겠나. 정권이, 권력이 무한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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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석 보수 야당. 깨질 땐 깨지자”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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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통합당을 향해서는 “103석 만큼의 권한만 행사하자. 욕심부리지 말자”고 요구했다. “룰에 따라 여당에 대항하되 힘에 밀릴 때는 처절하게 깨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궁극적으로는 이기는 방법”이라는 이유다.
Q : 4·15 총선 참패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A : 공동책임이다. 통합하면 바뀔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존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과거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황교안 전 대표도 책임자지만, 방치하고 통합을 주도한 나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Q : 불출마를 후회하진 않나
A : 처음에는 정말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되돌아볼 시간을 갖는 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Q : 통합당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A : 20대에선 과반수 행세를 하다 관철이 안 되니까 보이콧하고 거리로 나갔다. 103석 야당이 몽니를 부려야 무슨 의미가 있겠나. 103석 만큼의 일만 하고 욕심내지 말자.
Q : 무기력한 거 아닌가.
A : 처절하게 깨지는 게 이기는 방법이다. 대신 대안을 제시하고 표결을 해서 깨질 땐 깨지자. ‘저 얘기가, 정책이 맞는데 숫자에 밀려서 저렇게 무너지는구나’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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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 만년 소장파…개혁 안돼 부끄럽다”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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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5선 원조 소장파라는 게 이제는 수치스럽다. 스스로 멋에 취해 더 좋은 사람들이 클 기회를 박탈한 건 아닌가 하는 회한도 있다”고 덧붙였다.
Q : 왜 수치스럽나?
A : ‘남원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이라고 하는 얘기를 듣고 하니 우리 멋에 취해버린 거다. 그렇게 개혁의 전도사고 그랬으면 개혁됐어야 하는데 근본적인 개혁은 하나도 안 되지 않았나.
Q : 후진 양성도 못 했다는 얘기인가.
A : 저희 빛에 가려서 더 좋은 사람들이 더 클 기회가 박탈당한 것은 아닌지 하는 회한도 있다. 청년정치학교 특히 청년 정치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지금도 총력을 기울이는 데엔 반성의 의미도 있다.
Q : 주목하는 젊은 정치인은.
A : 특정인을 거명하고 싶지는 않다. 당 내부에서 꿈틀거리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50대 초반에 3선 그룹과 초선 가운데 몇 명이 있다.
Q : 당권에 도전할 생각인가
A : 지금 하고 싶은 건 당 권한 분산을 위한 ‘블록체인 정당화’, 그리고 당 인력충원 구조 개선을 위한 ‘청년 정치학교’ 두 가지다. 정치 교육은 시민정치까지도 확장해보려는 생각이다. 30년 정치하면서 자리만 탐한 적은 없다. 다만 일을 하면서 자리가 필요할 땐 자리를 탐했다. 내가 하는 일에 필요하다면 그것도 마다치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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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많이 통과한다고 일하는 국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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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정 의원에게 요즘 정치권의 화두인 ‘일하는 국회’에 대해 물었다. 민주당은 최근 당 내부에 ‘일하는 국회 추진단’도 설치해 이같은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Q : 일하는 국회는 어떤 국회일까
A : 제출된 법안이 몇 건이고 몇 퍼센트가 통과됐느냐는 걸로 평가하는 건 기가 찰 일이다. 결국 법안은 규제다. 그만큼 규제가 많이 생긴다는 건데 기업하는 사람들은 규제 철폐를 원한다. 앞으로는 의정 활동 평가를 할 때 양보다 질을 따졌으면 좋겠다. 언론에서도 질을 따지는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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