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26일) 밀착카메라는 온라인 방역 활동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게 뭔가 싶으실 텐데요. 확진자의 동선이라고 공개됐던 여러 정보들 중에 이젠 시간이 많이 지나서 방역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정보들을 온라인에 남지 않고 잘 지워지게끔 도와주는 겁니다.
서효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21일 JTBC '뉴스룸' : 부천의 한 돌잔치에 사진을 찍으러 다녀왔는데]
[지난 21일 JTBC '뉴스룸' : 돌잔치 관련 확진자는 9명으로 늘었습니다.]
오늘로부터 9일 전 확진자는 저 뒤로 보이는 건물에 있는 뷔페에 들렀습니다.
그 뒤에 시청은 홈페이지에 이런 공지를 띄웠는데요.
저희는 지금 가려서 보여드리고 있지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 이름과 주소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 시간대에 여기에 들린 사람들이 스스로 알고 검사를 받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가게 이름이 공개되자 건물 전체에 손님이 뚝 끊겼습니다.
[주변 상인 : 재난지원금 때문에 꽤 매출이 오른 상태에서 갑자기 이런 상황이 돼 버리니까 지금은 거의 주민도 없고 그런가 봐요, 손님도 없고.]
며칠 전 갑자기 날아든 소식에 모두 답답한 마음입니다.
[건물 관리인 : 이분들한텐 지난 주중부터 타격이 바로 왔거든요, 지금. 아주 민감하다 이거죠.]
시간이 흐르면 사정이 좀 달라질 수 있을까.
확진자가 지난 2월 말에 다녀갔던 카페입니다.
벌써 한 세 달 정도 지났는데요.
구청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정보가 비공개로 전환돼서 카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름은 가려졌지만, 후폭풍이 여전합니다.
홀은 텅 비었고 가게로 직접 찾아오던 손님도 줄었습니다.
그나마 배달 주문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김영중/카페 주인 : 동선 공개된 걸 보셨던 거죠, 그분들도. 거의 다 SNS상에서 동선 공개된 것 보고…]
온라인에 남아있는 기록에 찜찜한 기분이 계속됩니다.
[김영중/카페 주인 : 지금도 코로나19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매출 떨어지는 것도 그런 영향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요.]
정부는 감염병 관련법에 따라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이 있습니다.
해당 확진자가 마지막 외부 접촉을 한 뒤 14일까지만 공개하고 그 뒤엔 비공개로 전환토록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 중엔 아직까지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두 달 전 확진자 정보를 내리지 않은 곳들도 있었습니다.
[류승오/카페 주인 : 지금까지 이렇게 올라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임종택/약사 : 자영업자한테는 어찌 보면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좀 실망스러운 행정인 것 같습니다.]
군청에선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진천군청 관계자 : (3월 확진자 정보들이 다 아직 비공개 전환이 안 됐더라고요.) 아, 그건 그냥 실수 같은데요. 빨리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그나 SNS로 퍼진 정보들의 낙인 효과는 더 심각합니다.
개인이 올린 게시물이라 강제로 지울 수도 없고 삭제를 일일이 요청하기도 어렵습니다.
[김영중/카페 주인 : 저희는 사실 어려운 문제죠. SNS를 잘 활용하는 세대도 아니고 잘할 줄도 모르고.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있구나' 이런 건 생각도 못 해 봤기 때문에…]
JTBC 취재진은 시민 100명에게 주로 어디서 접한 확진자 동선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블로그와 SNS,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본 확진자 동선 정보를 기억했습니다.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정보가 안 보이게 되더라도 블로그와 SNS를 통해 기억에 남고 전파될 가능성은 더 높습니다.
[배상원/서울 옥수동 : 블로그가 대중화돼 있다 보니까 휴대전화만 켜도 다 보이니까 일주일 정도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렇다 보니 코로나 동선 정보를 삭제하는 온라인 방역을 하자는 캠페인까지 생겼습니다.
모니터링 요원들이 확진자 동선을 검색하면서 인터넷 주소를 모읍니다.
[서수현/서울 송파구 인터넷 방역단 : 성별이나 나이대, 거주하는 곳, 다녀간 상호명 등 그분을 유추할 수 있을 만한 정보들은 다 취합하고 있어요.]
이 주소들을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 전달하면, 진흥원에서 삭제 권고를 내리는 시스템입니다.
시작한 지 5일밖에 안 됐지만 미성년인 자녀의 동선을 삭제해달라는 등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오정필/서울 송파구 인터넷 방역단장 : 블로그나 카페도 운영자의 재산일 수 있잖아요. 강제로 할 순 없으니까 빨리 확인하고 삭제하길 유도하고 있고.]
당사자가 겪을 피해와 불편에도 동선을 공개했던 건 더 많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였습니다.
이젠 우리가 확진자 본인과 피해 가게들을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면 어떨까요.
(VJ : 최진 / 영상디자인 : 배장근 / 인턴기자 : 이혜주)
서효정 기자 , 이학진, 손지윤, 김동준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