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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보험금 노린 '나이롱 환자'…이젠 AI가 이렇게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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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환자, 이렇게 잡혔다



보험 사기범 A씨는 10개의 보험사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후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으로도 장기간 입원을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허위로 입원했다. 이른바 '나이롱' 환자다. A씨는 고액의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 직원이 현장 심사를 나온다는 점을 알고 2주 이내 단기 입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보험금도 소액을 여러 번 나눠 청구하는 방식으로 의심을 피했다.

보험사에는 보험 사기범을 적발하는 전담팀이 있지만 주로 20~30명 규모로 운영돼 보험금 청구 건을 전수조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보험 사기 유형을 통달한 인공지능(AI)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교보생명은 자체 개발한 AI를 통해 A씨의 사기 행각을 적발했고 고소 조치했다.

교보생명은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AI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한 보험사기예측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이 AI는 스스로 보험사기 패턴을 학습하고 이와 유사한 케이스를 찾아낸다. 이를 통해 보험사기 전담팀의 직관이나 경험에만 의존했던 종전 방식에 비해 선제적으로 보험 사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교보생명의 설명이다. 이 시스템은 2018년 7월 시범 운영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A씨의 청구건을 포함한 200여건의 부당 보험금 지급을 막았다.



병상수 보다 입원환자 많으면 '경고등'



ABL 생명도 지난해 10월부터 AI 보험사기 적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보험사기와 연관 있는 변수 800개를 분석한다. 보험 가입 기간이 짧으면서 청구 건수가 많거나, 보험 사기 가능성이 높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 특약 가입이 많은 경우, 가입자와 연관성이 없는 제3자가 보험금 수령인인 경우, 타 보험사 중복 가입 건수가 많은 경우 등이다. 분석 결과 특이사항에 해당하면 보험사기 위험도가 높아지고, 이 중 상위 3%에 해당하면 컴퓨터 화면에 경고등이 켜진다. 이 기술을 활용한 결과 사람이 검토하는 방식보다 보험사기 예측 적중률이 1.8배 높아졌다.

그런가 하면 병실 수와 입원 환자 수를 매칭해 보험 사기를 찾아내는 AI도 있다. 한화생명의 AI는 병원의 허가 병상 수와 실제 입원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 수를 분석해 허위 입원 정황을 찾아낸다. 하루에 해당 병원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 수를 넘어섰거나 검사 가능 인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면 사기 가능성이 높다고 분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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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건수가 늘고 지능화하면서 보험사들은 적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8809억원으로 전년(7982억원) 대비 10.4% 증가하고 적발인원은 9만2538명으로 16.9% 늘었다. 금액과 인원이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254명, 24억원의 보험사기가 적발된 셈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 사기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보험료를 내는 소비자 전체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며 "보험 사기를 적발하는 AI 시스템을 고도화해 건전한 보험 문화 정착과 소비자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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