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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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2차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활동을 비판한 것을 두고 파장이 거세다.
특히 이 할머니 발언의 순수성을 의심하거나 이번 기회를 통해 '위안부' 문제 자체를 부정하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이 30년 넘게 이어온 '위안부' 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열린 기자회견의 핵심 내용은 지난 30년간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했다는 이 할머니의 주장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는 표현까지 나왔고 이 과정에서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들은 이 할머니를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일삼으며 공격에 나섰다. 기자회견 직후 주요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에는 '이 할머니가 돈 때문에 태도를 바꿨다', '늙어서 욕심이 과하다' 등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번 논란으로 윤미향 전 이사장이 수세에 몰리자 일부 친여 성향 네티즌들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바꾸려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할머니의 폭로 배경에 배후가 있다는 음모론도 나온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26일 "지금까지 할머니가 얘기한 것과 최 대표(최용상 가자인권평화당 대표)의 주장이 비슷하고 최 대표의 논리가 사전 기자회견문에도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1차 회견 이후 제기했던 배후설을 재차 꺼내 들며 기자회견의 의미를 깎아내린 것이다.
보수 단체와 유튜버를 중심으로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자체를 부정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들은 주로 "위안부 할머니는 '가짜'다", "위안부는 역사적 사실이 없는 거짓이다"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 등 일부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수요집회가 학생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이유로 윤미향 전 이사장을 고발했고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기도 했다. 정대협의 활동을 비판한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오히려 위안부 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객관성을 가지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되 이 문제를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아직 대부분의 문제가 의혹에 불과한 상황에서 서로 유리한 여론지형을 만들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할 우려가 있다"며 "양측이 진영 논리에 빠져 서로를 공격하는 지금의 모습은 앞으로 위안부 운동을 이어가자는 이용수 할머니의 의도와도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라 이용수 할머니가 문제제기를 했으면 그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데 일부에서 '배후설' 등을 제기하면서 소위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자신이 속한 진영이라면 검증도 없이 지지하고 상대편은 무조건 공격하는 등 '팬덤 정치'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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