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킴 개인전 '마스터피스'전…31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
마리킴 작가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Masterpiece-Immortal Beloved'을 소개하는 모습.© 뉴스1 이기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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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언뜻 보면 청순만화 주인공 같기도, 인형 같기도 하다. 큰 눈의 소녀는 마리킴 작가의 캔버스에서 살아숨쉰다. 마리킴은 그 소녀를 '아이돌'(Eyedoll)이라고 부른다. 아이돌은 마리킴에 의해 탄생해 캐릭터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명화 속에서, 한국 불화 속에서 살아간다.
아이돌이 현재 자리하고 있는 곳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마리킴 개인전 '마스터피스-이모탈 비러브드' 전시장이다. 아이돌은 그곳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흰 단비를 안은 여인'이 되기도 하고, 산드로 보티첼리의 '이상적 여인의 초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또한 고려 불화에 나오는 보살로도 분한다.
마리킴은 아이돌과 세계적인 명화, 고려 불화의 만남(오마주)을 주선한 것에 대해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해 따라 그리기 시작했고, 아이돌을 그렸다"며 "현대적이고 만화적인 것이 명화가 될 수 없을 것이란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고려 불화를 택한 것에 대해서 "최근 드라마 등에서 불교미술을 소재로 많이 사용하고 있고, 쉽게 접할 경우가 많아 생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며 "또한 불화에 대한 오마주라기 보단 시대에 대한 오마주였다"라고 한다.
오마주는 어떤 작품에서 다른 작가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대사, 장면 등을 인용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이 점에 대해 '따라한다'며 저평가한다. 그러나 마리킴에게 있어 이 오마주는 현대기술을 만난 예술에 대해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질문이다.
마리킴 개인전 'Masterpiece-Immortal Beloved'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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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대에서 크리에이티브 미디어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작가다. 일반적인 회화를 전공한 미대생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특성을 살려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 프린트하거나, 프린트된 화면 위에 회화기법을 덧입혔다.
이 기법은 예술과 현대기술의 만남에 제기되는 복제성과 기술성 등을 떠올리게 한다. 마리킴은 "어떤 사람은 내가 명화를 훼손했다고 생각해 싫어할 수 있지만, 원작자가 살아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이 독창적인건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건지, 혹은 복제작에 지나지 않는 건지에 대한 평가는 현대기술의 발달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한 마리킴은 이번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미학을 가감없이 노출한다. 우리는 명화를 보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마리킴의 '아이돌'을 보고도 우리는 '아름답다'을 느낀다. 이런 점에서 마리킴의 작업은 '아름다움'에 천착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 개인전이 열리는 전시장 한편에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Beauty will save the world)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이 문장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문장이기도 하다.
마리킴은 이에 대해 "명화를 보면 누구든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추하다 생각하지 않는다"며 "보편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많은 철학자들이 오랜 기간 다퉜지만, 나의 경우 유명한 작품에서 느끼는 일반적인 아름다움을 말한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어려운 질문"이지만 너무나 단순한 '아름다움'에 대해 작품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미술 전시를 생각하면 흔히 떠올리는 정물화도, 풍경화도, 혹은 추상화도 아닌 마리킴 만의 미학을 볼 수 있는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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