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구서 두 번째 기자회견 가진 이용수 할머니
정의연·윤미향 당선인 향해 강도높은 비판 쏟아내
“윤미향, 30년 함께하고도 한마디 말 없이 팽개쳐”
“위안부 ‘만두 고명’처럼 취급…절대로 용서 못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정의기억연대 문제와 관련해 두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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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일 첫 회견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도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와 직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한 비판과 원망이 중심을 이뤘다.
윤 당선인과 화해했다는 보도가 한때 나오기도 했지만, 이 할머니는 강도를 높여 “위안부 할머니를 끌고 다니며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 2시 38분쯤 인터불고호텔대구 즐거운홀에 휠체어를 탄 채 등장했다. 마스크를 끼고 있었지만 한눈에 봐도 이달 초 기자회견 때와 비교해 살이 빠지고 쇠약해진 모습이었다. 이 할머니는 측근들의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에서 일어나 단상에 올랐다. 단상 위에서도 한참 동안 물을 마시고 목을 가다듬는 등 긴장한 표정이었다.
이 할머니가 가장 먼저 꺼낸 것은 첫 회견 후 터져 나온 정의연과 나눔의집, 윤 당선인을 둘러싼 여러 부정 의혹에 대한 의견이었다. 이 할머니는 “생각지 못한 것들이 많이 나왔다. 그건 검찰에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한 시민단체가 윤 당선인을 횡령·사기 혐의로 고발한 이후 관련 고발이 잇따랐고 서울서부지검은 20일 서울 정의연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을 하는 등 수사에 나선 상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 관련 의혹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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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공장 등에서 강제노역을 한 정신대 할머니를 하나로 묶어 활동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위안부가 정신대는 전혀 다른 것인데 ‘정신대 문제’로 묶어 본질을 흐렸다는 주장이다.
이 할머니는 “정대협이 생명을 걸고 끌려간 위안부를 정신대 할머니들과 합쳐서 쭉 이용했다. 그게 당연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며 “30년간 일본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데 일본 사람이 무엇인 줄 알아야 사죄하고 배상을 하지 않느냐. 뒤집어 섞은 것은 (일본에)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정대협이 위안부와 정신대 개념을 합쳐 사용한 걸 두고 이 할머니는 “공장 갔다 온 할머니들(정신대)이 밀가루로 반죽해 빚은 만두라면 속은 맛있고 귀한 걸 넣어야 하는데 그 속이 위안부”라고 비유하며 “정대협은 자기들이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만두의 고명’으로 사용했느냐. 이걸 생각하니 자다가 내가 일어나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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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할머니는 “위안부와 정신대가 어떻게 같나. 위안부는 생명을 걸어놓고 거기 가서 죽은 사람도 많다. 내가 기자회견 할 때는 이걸 반드시 밝혀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19일 오후 윤 당선인이 자신이 머무는 대구 한 호텔로 찾아왔던 일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저녁에 나갔다 들어왔는데 윤 당선인이 숙소로 불쑥 들어와 놀라 뒤로 넘어갈 뻔했다”며 “윤 당선인이 무릎 꿇고 용서해 달라고 했다. 뭘 갖고 와야 용서를 하지. 며칠 뒤에 기자회견을 하니 거기로 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자신이 눈물을 보였던 이유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이 한 번 안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안아주니 저도 인간이니까 (윤 당선인과) 30년을 같이 했는데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이 들어 눈물이 왈칵 나와서 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윤 당선인)은 자기 마음대로 뭐든지 하고 싶으면 하고 팽개치고 그러는데 30년을 함께 하고도 한마디 말도 없이 팽개쳤다.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 세계 여러분들이 데모(수요집회)에 나오는데 그분들도 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팽개쳤다”고 했다.
윤 당선인에 대한 비판은 이 할머니 발언이 끝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이 오늘 회견에 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그 사람은 자기가 당당하고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죄를 지었으면 죄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을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그건 제가 할 이야기가 아니다”고 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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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할머니는 활동 30년 만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에 대해 “제가 1년여 전부터 이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해왔지만 그럴 수 없었는데 자기(윤 당선인)가 먼저 30년을 하고도 하루아침에 배신했다. 국회의원도 사리사욕 채우는 것 아닌가”라며 배신감 때문에 폭로를 하게 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은 우리 학생들이다.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켜야 한다”며 “하늘나라에 가서 할머니들한테 ‘내가 이렇게 해결하고 왔다’고 하면서 언니·동생들에게 ‘내가 이렇게 해결하고 왔으니 나를 용서해달라’고 빌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김정석·백경서·김윤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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